[OSEN=정승우 기자] 다니엘 레비(63)의 퇴장은 토트넘 홋스퍼에 양날의 검 같은 유산을 남겼다. 손흥민(33, LA FC)이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영입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25년간 '프리미어리그 최다 흑자 구단'이라는 아이러니한 타이틀도 함께 안겼다.
영국 '팀 토크'와 '더 선'은 5, 6일(한국시간) 나란히 다니엘 레비의 시대를 조명했다. 두 언론의 결론은 명확했다. 레비는 손흥민이라는 '성공의 아이콘'을 데려왔고, 동시에 차가운 협상가로서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구단으로 만들었다.
레비는 2001년 2월 토트넘 전무 회장직에 올랐다. 신구장 건설, 재정 관리, 선수 이적 협상 등 전방위에서 '현대화'를 추진했다. 특히 이적 시장에서 '하드보일드 네고시에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가레스 베일을 8,500만 파운드(약 1,590억 원)에 레알 마드리드로, 해리 케인을 1억 400만 파운드(약 1,950억 원)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넘긴 거래는 대표적인 사례다.
'최고의 영입'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레비는 2015년 손흥민을 레버쿠젠에서 2,200만 파운드(약 413억 원)에 데려왔다. 당시만 해도 '과한 투자'라는 평가가 따랐지만, 결과적으로는 토트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손흥민은 454경기 173골을 기록하며 케인과 함께 구단을 대표하는 '최강 듀오'로 군림했고, 지난 시즌에는 주장으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레비 시대의 마지막 황금빛 장면을 연출했다.
더 선은 레비의 재임기를 "트로피는 빈약했으나 돈은 남겼다"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레비 체제에서 1억 6,700만 파운드(약 3,135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아스날, 리버풀을 모두 제친 수치였다.
레비가 남긴 숫자는 압도적이었다. 2001년 4,800만 파운드에 불과하던 구단 매출은 2023-2024시즌 5억 2,800만 파운드로 10배 이상 뛰었다. 임금 대비 매출 비율은 52%에서 42%로 낮추며 프리미어리그 내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이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기억 속 레비는 '트로피 없는 회장'이었다. 25년간 성적표는 리그컵(2008)과 유로파리그(2025) 단 2개의 우승뿐. 끝내 ENIC 그룹의 루이스 가문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말을 맞았다.
손흥민이 떠나기 직전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순간은 레비가 남긴 드문 성공의 상징이자,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마지막 미소였다. 숫자와 실적, 그리고 한 명의 한국인 슈퍼스타. 그것이 다니엘 레비가 토트넘에 남긴 유산이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