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한용섭 기자] ‘잠수함’ 투수가 ‘트랜스포머’로 진화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투수 박종훈 이야기다.
5일 강화 SSG퓨처스필드에서 열린 2025 퓨처스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가 12-1로 크게 앞선 8회초, SSG 박종훈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언더핸드 투구폼으로 연습 투구를 마친 박종훈은 첫 타자 김도환 상대로 초구를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던졌다. 볼(137km)이 됐지만, 타자는 순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박종훈은 계속해서 팔을 올려 스리쿼터로 공을 던졌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휘는 슬라이더(128km)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공 7개를 스리쿼터로 던졌다.
1사 후 양우현 상대로는 언더핸드 투구폼으로 1구와 2구를 던졌다.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다시 팔을 올려 스리쿼터로 하이패스트볼(140km)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양우현은 깜짝 놀라 움찔하며 몸을 뒤로 뺐다. 4구째는 언더핸드로 커브(116km)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김재혁 상대로 1구 언더핸드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2구는 스리쿼터로 볼이 됐다. 3구는 다시 스리쿼터로 스트라이크(134km), 4구 스리쿼터로 파울(140km)이 됐다. 5구는 언더핸드로 한참 빠지는 볼, 6구 언더핸드 커브(117km)로 타이밍을 뺏어 중견수 뜬공 아웃으로 이닝을 마쳤다.
박종훈은 1이닝 2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등판을 마쳤다. 한 타자 상대로 언더핸드와 스리쿼터 폼을 번갈아 변칙 투구를 하기도 했다. 스리쿼터 투구의 제구가 나쁘지 않았다. 투구 수 17구 중 스리쿼터로 11개, 언더핸드로 6개를 던졌다.
SSG 투수 박종훈이 5일 퓨처스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 KBO 유튜브 중계화면
이숭용 감독은 박종훈의 투구폼 변화를 두고 “선수 본인이 고민을 해서 릴리스 포인트를 조금 위로 올려서 던지고 있다. 노력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본인이 심사숙고를 하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 느낌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 나는 지지해주고 싶다. 좋은 밸런스로 잘 던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종훈은 지난 7월 2일 퓨처스리그 한화 이글스전에 던지고 한 달 반 동안 2군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스리쿼터 투구폼을 연습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8월 27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바뀐 투구폼을 섞어서 시도하고 있다.
박종훈은 2021시즌이 끝나고 SSG와 역대 최초로 비FA 다년 계약을 했다. 5년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 옵션 9억원) 계약 조건이었다. 박종훈은 2022년 연봉 18억원, 2023년 연봉 5억원, 2024년 연봉 11억원, 2025년 연봉 11억원이다. 계약 마지막해인 2026년 연봉도 11억원이다.
2021년 시즌 도중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박종훈은 이후 재기에 실패했다. 2022년~2024년 세 시즌 모두 평균자책점 6점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1군에서는 5경기(19이닝)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11을 기록했다. 5월 4일 LG전 4이닝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다음 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지금까지 2군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