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 축구 최초의 '외국 태생' 혼혈 국가대표 선수가 탄생했다. '홍명보호 막내' 옌스 카스트로프(22,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드디어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데뷔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미국과 맞붙고 있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미국은 15위다. 후반이 진행 중인 현재 한국이 2-0으로 리드하고 있다.
다시 한번 '스리백 카드'를 꺼낸 한국이다. 한국은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과 마찬가지로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 이재성-이동경, 이태석-김진규-백승호-설영우, 김주성-김민재-이한범, 조현우가 선발로 나섰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스승'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하는 미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조슈아 서전트, 디에고 루나-크리스천 풀리식-티모시 웨아, 세바스찬 버홀터-타일러 아담스, 맥스 알프스텐-팀 림-트리스탄 블랙먼-서지뇨 데스트, 맷 프리즈가 먼저 출격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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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은 초반부터 서로를 강하게 압박하며 부딪쳤다. 자연스레 뒷공간도 많이 노출됐다. 전반 3분 이재성이 상대 진영에서 공을 뺏어낸 뒤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주심이 먼저 미국의 반칙을 선언했고, 직후 손흥민의 돌파 시도도 골키퍼에게 걸리고 말았다.
한국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8분 이재성이 수비 사이로 좋은 전진 패스를 넣었다. 이를 받은 손흥민이 빠른 속도로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주장의 품격을 증명하는 손흥민의 A매치 52호 골이었다. 이제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 차범근의 58골 기록까지 6골을 남겨둔 손흥민이다.
경기가 빠른 템포로 전개됐다. 전반 26분 이태석이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슈팅을 날려봤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잠시 후 김민재가 상대 박스 부근까지 전진해 공을 뺏어냈으나 이동경의 패스가 수비에 걸렸다. 이어진 미국의 재역습에서 웨아의 결정적 슈팅을 조현우가 막아냈고,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한국이 2-0으로 달아났다. 전반 43분 김진규가 여유 있게 압박을 벗겨내며 앞으로 패스했고, 손흥민이 이재성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손흥민이 골키퍼를 피하려 건드린 공이 그대로 패스가 됐고, 이를 이동경이 센스 있는 힐킥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은 그대로 종료됐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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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카스트로프가 교체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홍명보 감독은 그에게 출전 시간을 주겠다고 예고했던 대로 후반 18분 카스트로프와 김진규를 바꿔줬다. 카스트로프는 최근 대표팀에 발탁된 뒤 '꿈이 이뤄진 순간이자 자랑스러운 시간'이라고 밝힌 데 이어 곧바로 A매치 데뷔까지 마치게 됐다.
이로써 독일과 한국 혼혈 선수인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공식 경기를 소화하면서 완전한 태극전사가 됐다. 그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 국적자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지만, 최근 독일 축구협회(DFB)를 대신해 한국 축구협회(KFA)를 택하며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날 전까지 외국에서 태어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혼혈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수비수 장대일과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강수일이 한국 대표팀에서 뛴 사례가 있지만, 둘 다 한국 출생 선수였다.
홍명보 감독은 카스트로프에게 백승호의 중원 파트너 역할을 맡겼다. 앞서 그는 "카스트로프는 황인범, 박용우, 원두재 등과 달리 파이터 기질이 강하고 거칠게 싸우는 스타일이다. 이런 점은 팀에 새로운 색깔을 줄 수 있다고 본다"라며 기대를 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