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홍명보호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대비한 '미국 원정'에서 뜻깊은 승리를 챙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7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미국(랭킹 15위)을 2-0으로 꺾었다. 내년 6월 월드컵이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국 미국을 상대로 만들어낸 결과다.
한국은 다시 한번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표팀은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과 마찬가지로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 이재성-이동경, 이태석-김진규-백승호-설영우, 김주성-김민재-이한범, 조현우가 선발로 나섰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스승'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하는 미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조슈아 서전트, 디에고 루나-크리스천 풀리식-티모시 웨아, 세바스찬 버홀터-타일러 아담스, 맥스 알프스텐-팀 림-트리스탄 블랙먼-서지뇨 데스트, 맷 프리즈가 먼저 출격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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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은 초반부터 서로를 강하게 압박하며 부딪쳤다. 자연스레 뒷공간도 많이 노출됐다. 전반 3분 이재성이 상대 진영에서 공을 뺏어낸 뒤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절묘한 패스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주심이 먼저 미국의 반칙을 선언했고, 직후 손흥민의 돌파 시도도 골키퍼에게 걸리고 말았다.
한국이 위기를 넘겼다. 전반 8분 서전트가 순간적으로 높은 수비 라인 뒤로 쇄도했지만, 김민재가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결정적 태클로 막아냈다. 김민재는 이 과정에서 서전트와 충돌하며 발목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다시 일어나 뛰었다.
미국이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 14분 한국이 빌드업 도중 최후방까지 밀려났고, 위험한 위치에서 김민재의 패스가 끊기고 말았다. 버홀터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터트렸지만, 조현우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전반 16분엔 이동경이 백승호의 전진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슈팅했으나 골키퍼에게 쉽게 잡혔다.
한국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18분 이재성이 수비 사이로 좋은 전진 패스를 넣었다. 이를 받은 손흥민이 빠른 속도로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주장의 품격을 증명하는 손흥민의 A매치 52호 골이었다. 이제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 차범근의 58골 기록까지 6골을 남겨둔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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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빠른 템포로 전개됐다. 전반 26분 이태석이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슈팅을 날려봤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잠시 후 김민재가 상대 박스 부근까지 전진해 공을 뺏어냈으나 이동경의 패스가 수비에 걸렸다. 이어진 미국의 재역습에서 웨아의 결정적 슈팅을 조현우가 막아냈고,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홍명보호의 적극적인 압박이 계속됐다. 미국도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압박을 풀어내려다가 소유권을 내주는 상황이 나왔다. 반면 한국은 손흥민까지 중앙선 밑으로 내려와 공을 받아주면서 미국의 압박을 파훼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미국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40분 데스트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우측면을 돌파한 뒤 컷백 패스를 내줬다. 굴절된 공을 웨아가 위협적인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골대 왼쪽으로 벗어났다.
한국이 2-0으로 달아났다. 전반 43분 김진규가 여유 있게 압박을 벗겨내며 앞으로 패스했고, 손흥민이 이재성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손흥민이 골키퍼를 피하려 건드린 공이 그대로 패스가 됐고, 이를 이동경이 센스 있는 힐킥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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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맹활약을 펼치던 이재성이 후반 3분 햄스트링 부위를 붙잡고 통증을 호소한 것. 홍명보 감독은 곧바로 그를 불러들이고 배준호를 투입했다. 이재성이 혼자서 걸어나갔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양 팀 모두 전반과 마찬가지로 압박을 풀지 않았다. 후반 7분 이동경이 중앙선 부근까지 올라온 미국 수비 라인 뒤로 원터치 패스를 보냈다. 손흥민이 빠르게 쇄도했지만, 골키퍼가 뛰쳐나와 걷어냈다. 후반 12분 조현우의 후방 빌드업이 다소 위험해 보였으나 김민재를 중심으로 완벽히 전개하며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안방에서 끌려가는 미국이 대거 교체를 단행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17분 알렉스 프리먼, 크리스 리차즈, 크리스천 롤단, 플로리안 발로건을 한꺼번에 넣으면서 변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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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치도 움직였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8분 손흥민과 이동경, 김진규를 불러들이고 이강인, 카스트로프, 오현규를 투입했다. 이로써 독일과 한국 혼혈 선수인 카스트로프는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에 데뷔하면서 완전한 태극전사가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외국 태생 혼혈 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조현우가 엄청난 선방으로 미국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반 28분 버홀터가 오른쪽에서 예리한 프리킥을 감아 올렸다. 공은 한국 수비를 지나쳐 골문 앞까지 배달됐고, 리차즈의 무릎에 맞으며 슈팅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조현우가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한국이 남은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38분 설영우와 김주성을 대신해 김태현과 정상빈을 투입했다. 미국 무대 세인트루이스 시티에서 활약 중인 정상빈으로선 4년 3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그는 측면 공격수 대신 오른쪽 윙백 자리에 배치됐다.
조현우가 또 한 번 한국의 무실점을 지켜냈다. 후반 추가시간 수비가 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를 놓쳤다. 풀리식의 슈팅은 태클로 막아냈지만, 발로건이 세컨볼을 슈팅으로 연결했다. 완벽한 득점 기회였으나 조현우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두 차례 연속 막아냈고, 발로건의 세 번째 슈팅은 골대를 때렸다. 경기는 그대로 한국의 2-0 승리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