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괴물 수비수' 김민재(29, 바이에른 뮌헨)가 10개월 만에 홍명보호로 돌아왔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7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미국(랭킹 15위)을 2-0으로 꺾었다. 내년 6월 월드컵이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국 미국을 상대로 만들어낸 결과다.
이날 한국은 다시 한번 스리백을 가동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예고했던 대로 스리백 실험을 계속 이어간 것.
손흥민이 소속팀 LAFC에서와 마찬가지로 최전방 원톱을 맡았고, 이재성-이동경이 2선을 꾸렸다. 이태석-김진규-백승호-설영우가 허리 라인을 책임졌고, 김주성-김민재-이한범이 후방을 지켰다.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스승'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하는 미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조슈아 서전트, 디에고 루나-크리스천 풀리식-티모시 웨아, 세바스찬 버홀터-타일러 아담스, 맥스 알프스텐-팀 림-트리스탄 블랙먼-서지뇨 데스트, 맷 프리즈가 먼저 출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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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은 포메이션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 면에서도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미국의 강한 전방 압박에 압박으로 맞불을 놓으며 공격적인 스리백 운영을 가져간 것. 전방을 겨냥한 롱킥은 최대한 배제하고 조현우부터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풀어나가려 노력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엔 뒷공간을 노리는 미국의 공격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최후방엔 김민재가 있었다. 그는 폭발적인 속도와 넓은 수비 반경을 자랑하며 미국의 공격을 번번이 차단해 냈다.
전반 8분 서전트가 순간적으로 한국의 높은 수비 라인 뒤로 빠져나가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순간 김민재의 결정적 태클을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김민재는 전반 27분 상대 박스 앞까지 달려나가 압박으로 공을 뺏어내며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민재는 후반에도 철벽 수비를 펼치며 한국의 무실점 승리에 힘을 보탰다. 후반 들어 교체 카드를 활용한 한국이 중원에서부터 흔들리면서 여러 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김민재만큼은 단단했다. 조현우의 연이은 슈퍼세이브와 김민재의 차단이 없었다면 동점을 허용해도 이상하지 않은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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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김민재가 있기에 가능했던 홍명보호의 스리백이다. 그는 빌드업 시에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핵심 역할을 맡았다. 한 차례 아찔한 패스 실수도 나오긴 했지만, 측면으로 움직이며 동료들의 위치를 지시하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이날 김민재는 후반 18분 교체되는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받으며 '캡틴' 역할을 맡기도 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4%(64/68), 태클 4회,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4회, 지상 볼 경합 승률 67%(4/6), 공중 볼 경합 승률 100%(1/1) 등을 기록하며 한국 수비를 이끌었다. 평점도 7.3점으로 높았다.
완벽에 가까웠던 김민재의 대표팀 복귀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19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 부상으로 인해 지난 3월 A매치와 6월 A매치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 홍명보호는 지난 7월 열린 동아시안컵도 해외파 없이 치렀다.
293일 만에 돌아온 김민재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는 90분 동안 활약하며 여전히 대표팀의 핵심임을 증명했다. 아직은 보완점도 남아있지만, 김민재와 함께라면 홍명보호의 스리백도 갈수록 단단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