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 LAFC)이 자신을 향한 미국 현지 비판에 대한 답을 내놨다. 그가 자신이 왜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는지 그 이유를 똑똑히 증명했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미국(랭킹 15위)을 2-0으로 꺾었다.
이날 손흥민은 3-4-2-1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소속팀 로스엔젤레스(LA)FC에서처럼 원톱으로 활용됐다. 이재성-이동경이 2선을 꾸렸고, 이태석-김진규-백승호-설영우가 허리 라인을 책임졌다. 김주성-김민재-이한범이 후방을 지켰고,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시작부터 치열하게 맞붙은 양 팀. 한국과 미국 둘 다 라인을 높이 끌어 올리고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서로의 뒷공간을 노렸다. 경기 초반엔 미국이 한국 선수들의 실수를 유발하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장 손흥민이 경기를 바꿔놨다. 그는 전반 18분 '동갑내기'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완벽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전반 43분 이동경의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하며 한국이 넣은 두 골에 전부 관여했다. 1골 1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후반 18분 오현규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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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미국 대표팀을 완전히 무너뜨린 손흥민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과거 토트넘 시절 독일 무대로 돌아가려는 손흥민을 붙잡으면서 그가 프리미어리그와 토트넘의 전설이 될 수 있도록 도운 주인공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제자를 전혀 막지 못하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만큼 손흥민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그는 특유의 폭발적인 속도와 뒷공간 침투 능력을 앞세워 미국 수비를 괴롭혔다. '92년생 동갑내기' 이재성과 호흡을 맞추며 좋은 연계 플레이도 만들었고,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가담하며 미국의 압박을 벗겨내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득점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수비 라인 뒤로 절묘하게 빠져나갔고, 각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영리한 침투에 이은 날카로운 양발 슈팅. 가장 손흥민다운 골이었다.
손흥민은 커리어 대부분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용됐다. 다만 몇 년 전부턴 원톱으로 활약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는 2023-2024시즌 토트넘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해 17골 10도움을 터트렸고, 대표팀에서도 조규성을 대신해 최전방에 배치되곤 했다. 크로스 상황에서는 강점을 보여주기 어렵지만, 득점 본능이 워낙 뛰어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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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손흥민은 미국에서 때아닌 '포지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LAFC 이적 이후 쭉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드니 부앙가를 4-3-3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에 배치하고, 손흥민을 중앙에 기용하는 중이다.
다만 미국 현지 언론에선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LAFC가 최근 샌디에이고에 1-2로 역전패하자 손흥민 활용법을 두고 반대 의견이 등장한 것. 'LA 타임즈'는 손흥민을 더 잘 활용해야 한다며 "LAFC가 손흥민을 기용하는 방법은 새로운 팬을 확보하는 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팬들은 그냥 달리는 손흥민을 보려고 돈을 내는 게 아니다. 패스가 공급되지 않아 그의 장점이 죽었다"라며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주로 측면에서 뛰었지만, LAFC에선 중앙에서 뛰고 있다. 손흥민은 후반 막판까지 공도 거의 만지지 못했다. 아직 필드골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샌디에이고전을 포함해 4경기를 치렀다. 메이저리그 사커(MLS) 데뷔전에선 후반 교체 투입된 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선발 데뷔전에선 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리고 댈러스전에선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며 첫 골을 신고했다. 그러나 아직 시원한 필드골은 없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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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손흥민은 샌디에이고전에서도 번뜩였다. 골대 불운과 상대 골키퍼의 뛰어난 선방만 아니었다면 그의 발끝에서 역전골까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경기 후 체룬돌로 감독도 "손흥민이 골대 앞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언제나 긍정적이다. 오늘도 몇 차례 괜찮은 찬스가 있었다. 하지만 골키퍼 선방, 골대, 또 하나의 선방이 있었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손흥민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손흥민도 샌디에이고전을 마친 뒤 "과거에도 9번 포지션에서 뛴 경험이 있어 이날 뛰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늘은 상대의 압박이 강해 힘든 경기가 됐다. 골대를 때린 슈팅이 들어갔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포지셔닝 문제가 아니었다. 골을 넣었다면 비판도 나오지 않았을 거다. 모두 결과론적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미국 대표팀을 상대로 자신의 말을 입증한 손흥민이다. 그는 미국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며 자신이 중앙 공격수로도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엔 LAFC가 홍명보호처럼 손흥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손흥민에게 가해지는 짐을 덜어줘야 한다. 부앙가 역시 "손흥민이 합류함으로써 내게 더 많은 공간이 나오고 있다. 그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고립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며 손흥민의 위치가 아니라 팀 전술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