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한국 축구 흑역사'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61)이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한국-미국 평가전을 직관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7일(이하 한국시간)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현장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는 듯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한국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국이 손흥민(LAFC)과 이동경(김천상무)의 득점으로 2-0 리드를 잡고 있던 가운데 클린스만 전 감독의 친정 미국 대표팀은 홈팬들 앞에서 답답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한국은 조직적인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전날 미국 매체 'USMNT Only'는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기 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을 이끌며 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경험한 인물이다. 이번 방미 일정은 단순한 친선 방문이라기보다 개인적인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의 아들 조너선 클린스만(28·체세나)이 오랜만에 미국 대표팀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과 독일 이중 국적을 가진 조너선은 과거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동했으며 2018년 처음 A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번 소집은 잭 슈테펜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한국전 선발 출전 기회는 얻지 못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아들 사랑’은 이미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웨일스와의 평가전 직후 해맑은 표정으로 아들을 위해 애런 램지의 유니폼을 챙기던 모습이 공개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선수단 분위기가 침울한 상황에서 지도자로서의 책임감보다 개인적 관심사를 우선시했다는 비난이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사령탑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3월 한국 대표팀을 맡은 뒤 단 1년 만에 물러났다. 2024년 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충격적인 0-2 패배를 당하며 4강에서 탈락했고 결국 경질 수순을 밟았다.
재임 기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 훈련과 준비에 전념하기보다 외국 체류와 원격 근무를 일삼았고, ESPN 등 글로벌 미디어 인터뷰에 자주 등장하며 대표팀보다는 개인 커리어 관리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시안컵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휴가를 떠난 것도 팬들의 원성을 키웠다.
그럼에도 그는 “아시안컵 우승을 확신한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역대급 멤버’를 보유하고도 요르단에 무너졌다. FIFA 랭킹 23위 한국이 87위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완패한 장면은 아직도 축구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귀결됐다. 전술적 준비 부족, 팀 응집력 상실, 지도자의 책임감 결여가 겹치며 한국 축구의 소중한 한 해를 허비한 셈이었다. 그가 관중석에서 지켜본 이번 한국-미국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시대와 달리 단단한 조직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한국 축구의 현재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