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직 증권감독위 주석 낙마…경제 부문에도 반부패 사정 칼날
'가족 부패' 혐의 증권감독수장…中, 올해 고위간부 41명 기율 위반 조사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증시 감독기관장을 지낸 고위 당국자를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임을 밝히면서 중국의 반부패 캠페인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차이신·경제관찰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사정당국은 전날 엄중한 기율·법규 위반 혐의로 이후이만(易會滿)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현재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경제위원회 부주임)을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후이만이 지난해 2월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직에서 물러나고 1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가 반부패 조사 대상이 됐다는 그간의 소문이 실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후이만이 지난달 말 부패 혐의로 관계기관에 연행됐고, 친지 여러 사람도 함께 붙잡혔다고 설명했다.
또 당국은 이후이만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을 지내던 시기 그의 친족이 부당이익을 얻었는지를 조사 중이라며 '가족형 부패'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61세인 이후이만은 동부 저장성 창난 출신이다. 중국 최대 국유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며 말단에서 회장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9∼2024년 장관급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을 지냈고, 2022년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정원 205명)이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한때 유력한 중국인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이만은 1992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창설된 뒤 상푸린(尙福林) 전 주석(2002∼2011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재직한 주석이다. 재직 5년 동안 그는 테크기업들을 모은 과학기술혁신판 개설과 전면적 등록제 시행, 상시적 상장폐지제도 추진 등 개혁 작업을 벌였다. 그 기간 중국 증시에는 신규 종목 1천900여개가 생겨나 역대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증시가 급락한 지난해 2월 갑작스레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에서 해임됐다. 당국은 왜 그가 물러나는지 밝히지 않았고, 이후이만은 2선으로 분류되는 정협 경제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일각에서는 이후이만의 실각이 금융권 반부패 조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후이만이 다녔던 저장은행학교 동문 중 러우원룽 전 중국농업은행 부행장과 린펑 전 중국농업은행 데이터센터 서기, 선룽친 중국공상은행 전 저장분행장이 잇따라 조사 대상이 된 상태다. 올해 4월 낙마한 린펑은 승진 과정에서 이후이만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이후이만을 포함해 올해 들어 고위 간부(中管幹部·당 중앙위원회에서 임면하는 간부로 통상 차관급 이상) 41명이 기율 조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장관급이 8명(재직 중 낙마 7명)이었다고 설명했다.
41명의 조사 대상 고위 간부 중 정치·경제 등 분야를 아우르는 지방 당정 책임자를 빼더라도 최소 17명은 정협 경제위원회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가약품감독관리국 등 경제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이후이만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할 당시 동료였던 왕후이민과 왕젠쥔도 여기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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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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