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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에너지 정책 품자 우려의 목소리…"전력수급 불안"

중앙일보

2025.09.07 03:00 2025.09.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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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관인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품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로 옮겨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했다.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엔 원전 수출과 석유ㆍ가스 발전 등 일부 에너지 조직만 남는다. 명칭도 ‘자원’을 뺀 ‘산업통상부’로 변경됐다.

정부 산업정책에서 에너지 정책이 분리된 것은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문제는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투자 등 지원이 중요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경우 정책 기조가 충돌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도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도 환경부의 확대 개편안을 반대했다.

당장 산업계가 반발한다.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자칫 환경 규제와 충돌해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석탄ㆍLNG(액화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규제가 커지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급격히 방향타를 틀 경우 전력 구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전력 수급이 중요한 인공지능(AI)ㆍ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의 원전 건설ㆍ운영은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수출은 산업부로 이원 하는 ‘정책 분할’도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국내 원전 산업이 자칫 환경규제로 위축되면 해외 시장 수주전에서도 밀릴 수 있어서다.

주요 선진국도 변화를 시도했다가 원상 복구했다. 독일은 2021년 경제기후보호부 출범했으나 에너지 비용 급등과 제조업 붕괴로 2023년 다시 분리됐다. 영국도 2008년 에너지기후변화부 신설 후 전력 공급 부족ㆍ가격 폭등을 겪고 수차례 개편을 반복 중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공론화와 학문적 검토를 거쳐 최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여명의 교수가 모인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6일 성명서를 내고 “규제 중심 부처에 에너지 진흥 기능을 이관하는 것은 정책 설계의 근본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에교협을 이끄는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정부 조직 개편은 국가 백년대계 문제인데, 성급한 추진은 기업 투자 위축ㆍ산업 해외 이전ㆍ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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