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인플루언서' 아쿠티스, 밀레니얼세대 첫 성인 됐다
레오 14세 교황이 집전한 시성식에 젊은 신자들 운집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기술을 활용한 신앙 전파로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린 카를로스 아쿠티스(1991~2006)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6만 명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아쿠티스에 대한 시성식을 집전했다고 AP, AFP 통신이 보도했다.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하다가 20대에 요절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이날 성인품에 올랐다.
레오 14세는 미사 강론에서 "인생 최대의 위험은 신의 계획 밖에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두 성인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삶의 방향을 위로 향하게 해 삶을 걸작으로 만들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는 이어 "병마가 이들을 덮쳐 생을 단축했을 때조차 이들은 신을 사랑하고 헌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성식에 몰린 신자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였다.
성베드로 대성전 전면부에는 두 젊은 성인의 모습을 담은 태피스트리(직물 그림)가 걸렸다.
아쿠티스와 프라사티 시성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 결정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수개월간 시성식이 연기됐다가 이날 거행됐다.
아쿠티스는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릴 때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다. 15세에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이었지만, 초등학생 때 독학으로 코드를 익힌 컴퓨터 영재로서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마리아 발현을 정리해 웹사이트에 게시하며 신앙을 전파했다.
아쿠티스는 매일 성체 앞에서 몇 시간에 걸쳐 기도를 올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디오게임은 1주일에 1시간으로 스스로 제한했다. 이같은 신앙심과 절제가 가톨릭 위계 사회에도 호소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됐다.
교황청은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하고서 가경자, 복자, 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아쿠티스는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으면서 2020년 밀레니얼 세대 처음으로 복자가 됐다.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던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가 아쿠티스 무덤을 찾은 어머니의 기도로 빠르게 회복한 사례가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돼 시성이 결정됐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이탈리아 아시시에 안장된 아쿠티스의 묘에는 지난해에만 100만명 가까운 순례자가 다녀갔다.
바티칸은 차세대 신자들에게 평범한 인물이지만 비범한 업적을 이룬 '이웃집 성인'과 같은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려 노력해 왔으며, 아쿠티스의 인기 상당 부분은 여기에 기인한다고 AP는 짚었다.
아쿠티스의 어머니 안토니아 살자노는 "아쿠티스는 우리 모두 성인이 될 수 있고 모두가 특별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고 AF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