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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요절한 '신의 인플루언서'…밀레니얼세대 첫 성인 됐다

중앙일보

2025.09.07 05:01 2025.09.0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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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이 된 카를로 아쿠티스의 초상화. EPA=연합뉴스
2006년 급성백혈병으로 1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됐다.

7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아쿠티스에 대한 시성식을 집전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199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아쿠티스는 어릴 때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주했다. 부모는 독실하지 않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매일 미사에 참여했고 7세에 첫 영성체를 받았다.

초등학교 땐 컴퓨터 코딩을 독학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가톨릭교회가 수 세기에 걸쳐 인정한 성체 기적을 정리한 다국어 웹사이트 ‘세계 성체 기적(The Eucharistic Miracles of the World)’를 만들었다. 온라인으로 신앙을 전파한 그에겐 '하느님의 인플루언서(God’s Influencer)'라는 별칭이 붙었다.

카를로는 2006년 가을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불과 열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교황 레오 14세가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시성식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날 시성식에서는 최초의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된 카를로 아쿠티스와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가 성인으로 시성됐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은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하고서 가경자·복자·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하는데, 아쿠티스는 2020년 복자가 됐다. 2013년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22년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자전거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코스타리카 출신 여대생이 아쿠티스 무덤을 찾은 어머니의 기도로 회복한 사례가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돼 시성이 결정됐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이탈리아 아시시에 안장된 아쿠티스의 묘에는 지난해에만 100만명 가까운 순례자가 다녀갔다.

AP통신은 "바티칸은 차세대 신자들에게 평범한 인물이 비범한 업적을 이룬 사례를 새로운 롤모델로 제시하려 노력해 왔으며, 아쿠티스의 인기 상당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하다가 20대에 요절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이날 성인으로 시성됐다.

이날 미사 강론에서 레오 14세는 "인생 최대의 위험은 신의 계획 밖에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두 성인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삶의 방향을 위로 향하게 해 삶을 걸작으로 만들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마가 이들을 덮쳐 생을 단축했을 때조차 이들은 신을 사랑하고 헌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주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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