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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조크!? 포체티노호 상대로 골 넣은 손흥민, "왜 우리 미국 대표팀에 안 뽑은거야"

OSEN

2025.09.0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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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너가 왜 거기서 나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9월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미국(랭킹 15위)을 2-0으로 꺾었다. 내년 6월 월드컵이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국 미국을 상대로 만들어낸 결과다.

이날 손흥민은 3-4-2-1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소속팀 LAFC에서처럼 원톱으로 활용됐다. 이재성-이동경이 2선을 꾸렸고, 이태석-김진규-백승호-설영우가 허리 라인을 책임졌다. 김주성-김민재-이한범이 후방을 지켰고,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시작부터 치열하게 맞붙은 양 팀. 한국과 미국 둘 다 라인을 높이 끌어 올리고 강력한 전방 압박을 펼치며 서로의 뒷공간을 노렸다. 경기 초반엔 미국이 한국 선수들의 실수를 유발하며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경기를 바꿔놨다. 그는 전반 18분 '동갑내기'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완벽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주장의 품격을 증명하는 손흥민의 A매치 52호 골이었다. 이제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 차범근의 58골 기록까지는 6골만이 남았다.

손흥민은 한국의 두 번째 골에도 직접 관여했다. 그는 전반 43분 다시 한번 이재성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손흥민이 골키퍼를 피하려 건드린 공이 그대로 패스가 됐고, 이를 이동경이 센스 있는 힐킥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1골 1도움으로 제 역할을 다한 손흥민은 후반 18분 오현규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주장 완장은 김민재에게 넘겨줬다. 한국은 남은 시간 미국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경기를 2-0 승리로 매조지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여기가 한국인지 뉴욕인지 모를 정도였다.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즐겁게 보셨다면 좋겠다"라며 "오늘 경기가 다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전된 모습으로 팬들에게 인사드릴 것이다. 지금처럼 응원해 주시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의 멋진 득점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그의 소속팀인 LAFC는 물론이고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공식 계정까지 손흥민의 득점 장면을 공유하며 감탄했다. 특히 손흥민은 토트넘 시절 '은사'였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감독을 상대로 맹활약했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물론 미국은 축구가 익숙지 않은 나라인 만큼 정말로 몰라서 질문한 댓글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헤더 허트 LA 시의원의 발언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손흥민의 LAFC 입단식에서 손흥민에게 미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어 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달 7일 BMO 스타디움에서 LAFC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의 LA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현지 팬들은 물론이고 캐런 배스 LA 시장, 김영완 LA 한국 총영사 등이 현장을 방문해 손흥민을 환영했다. 배스 시장은 "역사적인 날이다. LA 전체가 신난 날이다. 쏘니를 이제 공식적으로 엔젤리노(LA 시민)로 선언한다"라며 그에게 시민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손흥민도 입단 소감을 밝히던 도중 "풋볼(영국식 표현)이라고 불러야 할지 사커(미국식 표현)라고 불러야 할지..."라며 미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담은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하지만 축구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은 생각보다도 수준 이하였다.

갑작스레 허트 의원이 황당한 발언을 내놓은 것. 연사로 나선 그는 "LAFC가 얼마나 똑똑한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선수를 데려왔다"라며 손흥민을 환영한 뒤 뜬금없이 내년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언급했다.

또한 허트 의원은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여기 LA에 있는 모두가 월드컵에서 미국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라며 손흥민을 응시한 채 "그래서 우리가 손흥민 당신이 미국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에게 미국의 우승을 위해 뛰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청이었다. 당황한 웃음을 지은 손흥민은 별다른 대답 없이 넘어갔다. 허트는 월드컵이 국가 대항전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조차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화제를 모았고, 손흥민이 미국 대표팀 골망을 가르자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다.

이 허트의 발언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MLS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손흥민의 골 장면에 대해서 한 팬은 "왜 손흥민이 미국(USA)을 위해 뛰지 않는 건가?"라고 농담을 던졌고, 다른 한 팬도 "그 정치인이 손흥민이 미국을 위해 뛸 거라고 말했다. 그녀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라고 적었다.

한 팬은 "난 손흥민이 미국 대표로 뛰는 줄 알았는데???"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심지어 다른 팬은 최근 미국 대표팀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과 손흥민을 엮기도 했다. 이 팬은 "포체티노가 최악인 이유다. 그는 손흥민과 토트넘 시절 싸워서 감정이 좋지 않아서 대표팀에 안 뽑은 것"이라고 블랙 조크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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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MLS, 폭스 사커, LAFC 소셜 미디어.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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