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 천안문 열병식에서 한성옌(韓勝延·62·공군중장) 총지휘관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중부전구의 왕창(王强·62·공군상장) 사령관이 아닌 한 부사령관 겸 공군사령관이 대신해서다. 덩샤오핑의 1984년 열병식 이후 상장(대장) 아닌 중장 지휘관이 등장한 것이나, 1955년 이후 베이징 방어를 책임지는 군사령관이 열병식을 지휘하지 못한 것도 처음이었다.
지난해 6월 17일 중국 산시성 옌안에서 인민해방군(PLA) 정치공작회의가 열렸다. 중앙군사위 주석·부주석·위원 6명이 의자에 앉고, 상장(3성장군, 대장급) 20명, 중장 21명과 소장 등이 도열한 사진을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면에 실었다.
15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고위 장성 가운데 14명, 총 40개의 별이 사라졌다(표). 낙마가 공식 발표됐거나 관례상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 불참하면서 낙마설이 제기된 사례를 추산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천후이(陳輝) 육군 정치위원 단 1명을 끝으로 상장 진급자는 없다. PLA 수뇌부 공백은 그만큼 심각하다.
9·3 열병식 공군중장 총지휘 파격
상·중장 14명 사라질 때 승진 1명
군 판공청·해군·무경 등 대행 체제
시진핑 “통일”, 장유샤 “안보” 강조
9·3 열병식은 신형 무기를 대거 선보였지만 수뇌부 공백까지 가리진 못했다. 최근 PLA의 파격은 거듭된다.
지난달 20일 군 통수권자인 시진핑 군사위 주석이 해발 4500m 라싸를 방문했다. 티베트 자치구 성립 60주년 행사에 참석하며 건강 이상설을 막았다. 이날 상교(대령) 이상 군 간부를 만났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시 주석 좌우로 상장 1명, 중장 1명, 소장 6명, 즉 장성민(張升民) 상장(군 기율위 서기), 위안훙강(袁紅剛) 중장(티베트군구 정치위원)과 추양(邱楊) 중앙군사위 판공청 부주임 등 소장 6명을 비췄다. “최근 몇 년간 시 주석이 참석한 군 관련 행사 중 수행 대오가 가장 초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4년 전은 달랐다. 2021년 시 주석의 첫 티베트 시찰 당시에는 3명의 상장과 3명의 중장까지 15개의 별이 수행했다. 올해는 2명이 늘어난 8명이었지만 어깨의 별은 11개로 되려 줄었다.
지난달 26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도 특이했다. 장유사(張又俠) 군사위 부주석이 참석했다. 10년 전 부주석 중 차석인 쉬치량이 주재했던 것보다 격이 높아졌다. 대신 참석한 상장의 숫자는 대폭 줄었다. 정치평론가 중규중구(中規中矩)는 “2015년 같은 행사에 13명의 상장이 참석했지만 올해 7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앞서 7월 31일 건군 98주년 기념 리셉션의 헤드테이블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024년 같은 테이블에 19명의 상장과 2명의 장관이 앉았다. 올해는 상장 숫자가 12명으로 줄었다. 모범장병 7명이 헤드테이블에 앉는 변칙까지 동원했다.
현재 PLA 사령부 곳곳이 대행체제다. 일상사무를 처리하는 중앙군사위 판공청은 팡융샹(方永祥) 주임이 사라지고 추양 부주임이 업무를 대신한다. 해군은 렁사오제(冷少杰) 부정치위원이 대행한다. 무장경찰은 차오쥔장(曹均章) 부사령관 대행체제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천안문 망루에 세우며 반미(反美) 중심에 섰다. 그리고 둥펑-5C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였다. 북미 전역을 사정권으로 한다. 요격망을 뚫을 수 있는 다탄두임을 강조하기 위해 3단으로 나눠 행진했다. 외교와 무기를 과시했다. 상장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현실과 대조됐다.
전승절 연설도 달랐다. 군의 일인자 시 주석과 이인자 장 부주석의 핵심 발언이 틀렸다. 장 부주석은 지난달 26일 세미나에서 “군은 국가 주권·안보·발전이익을 굳게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반면 3일 시 주석의 천안문 연설은 “세계 일류군대 건설을 서두르고, 국가 주권·통일·영토의 완전성을 굳게 수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자는 안보와 발전을, 일인자는 통일을 강조했다.
테일러 프레이블 미국 MIT대 교수는 “군내 숙청은 중단기적으로 무력행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전투를 명령할 수 있다”고 지난 7월 포린어페어스에서 진단했다.
군 대표 41명이 참석해야 할 10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PLA 수뇌부 공백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