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200여명 숨진 아프간 강진 1주일…구호품 전달 늦어 발 동동
지진 생존자들, 구호물자 '불공정' 배분 우려도…미국, 원조 여부 '침묵'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규모 6.0 강진이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많은 나라와 단체가 구호품과 현금 지원 약속을 했음에도 구호품 등의 피해 현장 도착이 늦어져 극한 상황에 처한 이재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아무TV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프간 동부 쿠나르에서 발생한 규모 6.0 강진으로 2천200여명이 숨지고 3천600여명이 부상했다고 유엔은 집계했다. 또 8만4천명 이상이 가옥을 잃는 등의 피해를 봤다.
이에 유엔과 유럽연합(EU), 중국, 독일, 영국, 호주, 한국 등이 약 2천500만달러(약 347억원) 상당의 현금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다 러시아와 이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파키스탄, 일본 등은 텐트와 음식, 담요, 위생키트, 의약품 등 구호품을 도로나 철도, 항공편으로 잇달아 보냈다.
아프간 수도 카불 주재 이란 대사관의 경우 지난 주말에 음식과 담요, 의약품 등 약 50t에 해당하는 자국의 두 번째 구호품이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쿠나르주에 있는 지진 생존자들은 아무TV에 단체와 국가가 약속한 구호품 등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주민 굴라물라는 "우리는 아직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카이르 모함마드는 "가족들은 구호품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거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과거에도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구호품이 현지에 늦게 도착하거나 구호품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지에서는 또 여성 의사들이 크게 부족해 많은 여성 부상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건 관계자들이 아무TV에 전했다.
쿠나르주의 대형 병원 직원인 라힐라 레자는 "긴급히 치료받아야 할 여성 부상자들이 있지만 여성 의료진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탈레반 정권은 여성이 아버지·남자 형제·남편·아들 등 친족을 제외한 남성과 신체를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율법을 적용하고 있는 데다 여성에 대한 의료 교육을 차단해 여성 의사와 구조대원 등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아프간에 대한 최대 기부국이던 미국이 이번 강진 피해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구호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침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월 취임 이후 이뤄진 미국의 해외 원조 축소 정책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아프간 내 인도주의적 활동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해온 미국국제개발처(USAID) 아프간 사무소를 지난 4월 폐쇄했다.
현재 아프간 강진 피해 주민 수만명은 여진을 우려하며 노천에서 임시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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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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