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중국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서 정기적으로 LNG를 수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이런 시도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억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의지를 시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말 제재 대상인 러시아 '북극(Arctic) LNG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LNG를 처음으로 수입했으며 중국 남부 베이하이항의 LNG터미널을 러시아 LNG선 전용으로 지정했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노출이 제한된 단일 항구를 지정해 러시아 LNG와 관련한 광범위한 제재를 회피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또 실제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통해 수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영기업인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을 비롯한 중국 LNG 수입업체들은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기 LNG운반선을 베이하이항에서 다른 항구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LNG 거래업체들 역시 같은 이유로 베이하이항 이용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달 29일 선박추적 데이터를 인용, LNG운반선 1척이 러시아 북극 LNG2 프로젝트에서 운송해온 LNG를 베이하이 LNG터미널에 일부 하역한 뒤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남을 앞두고 이뤄진 거래이자, 북극 LNG2 프로젝트가 제재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처음 나온 성공적 교역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 바 있다.
당시 거래는 상징적 제스처로 해석됐지만, 중국은 이후에도 LNG선을 통한 수입을 이어가면서 더욱 강력한 신호를 발신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원유를 수입한 인도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했지만,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나 비난은 내놓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선박추적 자료를 인용해 북극 LNG2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3번째 LNG선이 이날 베이하이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추가로 4척이 같은 항로로 운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SCO 정상회의와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한층 더 결속을 다졌다.
지난 2일 중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측은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중국의 변화로 중러가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협력 심화의 신호로 해석됐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준억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