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8월 한 달 동안 한은에서 31조6000억원을 빌렸다. 이에 따라 1∼8월 누적 대출 규모는 145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27조9000억원)보다 13.8%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한은을 통한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의 수입(세입)과 지출(세출)에 시차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인데,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개인이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통해 수시로 돈을 빌려 급한 용도에 쓰는 것과 유사해서다.
월별로 보면 윤석열 정부는 올해 1월 5조7000억원, 2월 1조5000억원, 3월 40조5000억원, 4월 23조원을 한은에서 빌렸다. 대선 직전인 5월엔 차입과 상환이 모두 없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6월엔 17조9000억원을 끌어다 썼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첫 달(0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 첫 달(7조원)과 비교해도 훨씬 큰 규모다. 이후 7월엔 25조3000억원, 8월 31조6000억원 등 차입 규모는 점차 더 불어났다. 다만 정부는 7월엔 43조원, 8월 중엔 8조9000억원을 갚아 현재 남은 빚은 22조9000억원 규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7월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 없이 상반기에 일시 대출로만 91조6000억원을 빌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한은 차입금 기준을 누계로 해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부가 세수를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야당 시절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며 날을 세웠던 민주당이 집권 이후 대규모 임시 차입을 묵인하는 등 태도를 바꿨단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하에서 일시 대출금 규모가 더 늘어나면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 역시 커질 수 있다. 박성훈 의원은 “한은을 통한 일시 차입을 비판하던 이재명 정부가 정작 ‘한은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일시 차입을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는 확장 재정을 외치기에 앞서 세입 기반 강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근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