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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일 만에 악수한 여야 대표, 李 "여당, 더 내어줘야"

중앙일보

2025.09.08 01:23 2025.09.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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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의 악수를 거부해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8일 처음 악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마련한 첫 여야 대표 회동에서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를 향해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좀 더 (야당에) 많이 내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연찬장에서 여야 신임 대표와 첫 오찬 회동을 갖고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야당은 하나의 정치 집단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의 목소리를 당연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이른바 ‘통합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정 대표를 향해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오찬 회동에 앞서 정치권의 관심사는 과연 신임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악수할지였다. 이 대통령은 연찬장에 정 대표와 함께 들어선 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장 대표에게 성큼 다가가 웃으며 먼저 악수를 건넸다. 그런 뒤 자연스럽게 장 대표 손을 정 대표 쪽으로 이끌어 두 사람의 첫 악수를 유도했다. 세 사람은 이 과정에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도 두 대표의 손을 각각 잡고 있던 이 대통령이 “손을 잡고 찍으면 어떨까요”라며 다시 한번 손을 끌어와 셋이 손을 포개는 모습을 끌어냈다. 정 대표는 지난달 2일 대표 취임 일성으로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37일간 야당과 대화를 거부해왔다. 공식석상에서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마주 보지 않았다. 결국 이날 이 대통령 중재 하에 여야가 손을 맞잡는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가진 여야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오늘 정 대표님과 악수하려고 당 대표 되자마자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했다. 100일이 안 됐는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주셔 감사하다”고 농을 던지자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선 미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를 언급하면서도 “곧 취임 100일을 맞으시는데 짐이 무거우셨을 것 같다”며 “그 짐을 여당과 또 야당과도 함께 나누시면 무게가 덜하지 않을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첨예한 대치 사안인 특검법 개정안과 내란 특별 재판부 등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이 “더 세게 하실 줄 알았다”고 받아 또 한 번 폭소가 나왔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한 발언을 인용해 “대통령께서 오늘은 하모니메이커가 된 것 같다”며 “(야당과) 좋은 만남이 오늘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정 대표 또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케네디 전 미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협치 의지를 내보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 장 대표님, 정 대표님 하신 말씀에 더하실 말씀이 있을 거 같다”며 야당에 한 차례 더 공개 발언 기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모두 발언이 끝난 뒤 이어진 비공개 오찬에서도 여야 대표가 농담을 주고받는 등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오찬 자리에 배석한 여당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장 대표가 유머러스한 말을 중간중간 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고, 여야 대표가 모두 충청도 출신인 만큼 충청도 사투리를 이용한 농담까지 오갔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 메뉴로는 해산물 냉채와 민어 사슬적, 한우 살치살 구이와 비빔밥, 화전 등이 차려졌다. 자리에 배석한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모두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메뉴로 짜여있다”고 설명하자 장 대표가 “오늘 이 메뉴가 아주 좋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80분간 진행된 오찬이 끝난 뒤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단독 회담도 가졌다.



김나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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