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하는 공개 목소리가 8일 처음으로 나왔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는 특별재판부 설치에 속도전을 펴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판사 출신인 박희승 의원은 이날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중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는 “우리 헌법 101조에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고 되어 있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를 헌법 개정 없이 국회에서 논의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만약에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재판이 되면 당장 법안에 대해 위헌제청이 들어갈 것”이라며 “이는 헌법 정리가 되지 않고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란 재판을 해서 사람들을 정확히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해야 한다. 이게 나중에 두고두고 시비가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재판을 했다가 나중에 그 재판부 구성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위헌이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거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지귀연 재판부의 영장 기각이나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부분에 불만이 있다면 그런 부분만 콕 집어 지적하고, 법원 스스로 개혁하게끔 유도해야 한다”며 “국회가 나서 직접 공격하고 법안을 고친다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 정신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도 비판했다.
박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지도부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된다. 정청래 대표가 최근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속하게 논의해 달라”고 지시하는 등 민주당은 그동안 속도를 강조해왔다.
박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도부 방침에 반기를 들자 회의를 진행하던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아직 특위나 당 차원에서 논의된 사안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전 위원장은 “당 차원의 공식 용어는 내란 특별재판부가 아닌 내란 전담재판부”라며 “현행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도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성과 위법성이 없는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각계가 추천하는 재판부로 구성된 내란 특별재판부가 위헌성 논란에 휩싸이자, 법원 내에 재판부를 하나 더 늘려 관련 재판을 전담시키는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란 특별재판부가 아닌 내란 전담재판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사법부 독립에 지장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라며 “사법부에서 원치 않는 결론을 내릴 우려가 있으니 여당에서 전담재판부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 배경 자체가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사법부에서도 민주당의 움직임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부 ▶3·15 부정선거 행위자 특별재판부 등 과거 특별재판부와 관련해 “당시 헌법에 근거를 뒀다”며 법률을 통한 설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