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8일 방한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한·일, 한·미·일 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해나가자"고 합의했다. 앞서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전날 사의 표명을 한 가운데 일본 측 국내 변수에 관계없이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일본 방위상이 서울을 방문한 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회담에서 "급변하는 안보 환경 가운데 한·일, 한·미·일 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장관은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에 대해 한·일이 공동 대처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양측은 국방 장관 회담을 비롯한 국방 당국 간 정례 협의, 군 당국 간 인적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인공지능(AI)·무인 체계·우주 등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 국방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올해 11월에 예정된 일본 자위대 주관 음악 축제에 한국 군악대가 참가한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당초 한·일 국방 당국은 일본 방위상의 지난해 말 방한을 추진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미뤄졌다. 결과적으론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방한이 성사됐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8~9일 이틀간 서울안보대화(SDD)에 참석하고, 국립서울 현충원 참배와 경기 평택의 해군 2함대 방문 일정 등을 소화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출범 이후 두 차례 한·일 정상회담 통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셔틀 외교’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나카타니 방위상의 방한 직전 이시바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며 일본 내각도 교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일 국방 장관 회담은 이런 일본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기존의 안보 협력 기조는 이어가자는 양국 국방 당국의 의지 표명으로도 볼 수 있다.
한·일 국방 당국은 2018년 12년 초계기 사태 이후 사실상 대화가 단절됐다. 6년 만인 지난해 6월 재발방지책을 문서로 합의하며 막혔던 실타래가 풀렸다. 지난해부터 한·미·일 3자 연례 군사 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실시하고 있다. 세 번째 정례 훈련은 오는 15~19일 제주 남방 공해 상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