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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협의체 합의로 “협치 첫발”…핵심 쟁점엔 이견만 확인

중앙일보

2025.09.08 02:42 2025.09.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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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경제 회복 및 민생 지원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악수조차 거부하던 여야가 이 대통령의 중재로 손을 마주잡으며 협치의 물꼬를 텄지만 핵심 현안에 관한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동 뒤 공동 브리핑을 통해 “여야 대표는 ‘민생경제협의체’(가칭)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성훈 대변인은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여야가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의체는 장 대표가 제안했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구성됐다고 양당은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지난 6월 22일 민주당 김병기 당시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양당은 조만간 각 당의 실무협의를 거쳐 민생 관련 공통 공약을 이행할 협의체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여야가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고, 정 대표도 “공통 공약과 (기업인의) 배임죄의 개선 등 테마를 주제로 성과를 내자”고 말했다고 양당 대변인은 전했다. 다만, 협의체를 정례화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야당이 요구할 경우 ‘영수회담’을 수시로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박성훈 대변인은 “여야 영수가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풀어나갈 시기라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영수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진 여야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에서 오후 12시부터 시작된 오찬 회동은 당초 예정된 60분을 넘긴 80분 간 진행됐다. 공개 발언 때부터 갈등이 표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치 복원’이 주요 화두였다.

장 대표는 회동 인사말에서 이 대통령에게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끝내는 대통령이 돼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며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사망한다. 대통령이 균형추의 역할을 해 주셔야 한다”고 제안했고, 정 대표도 “대통령님 주선으로 여야가 만났으니 향후 건설적인 여야의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며 “야당을 통해 들리는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도 최대한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오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양당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악수를 하는 등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런 만큼 이번 회동 결과를 놓고 민주당은 “참 자연스러웠고 조율이 잘 됐던 회담”(박수현 대변인)이라고 평가했고, 국민의힘도 “오늘의 메인 주제는 정치복원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박성훈 대변인)고 화답했다.

다만, 쟁점 현안에 대해선 이견도 뚜렷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찬 과정에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더 세진 상법’(2차 상법 개정안)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무더기 체포 사태, 야당을 겨냥한 특검 수사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장 대표가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날을 세우자 정 대표는 “적어도 내란과 외환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 내란 종식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가진 여야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장 대표는 오찬 직후 진행된 이 대통령과의 30분 단독 회담에서도 미리 예고한 대로 국민의힘의 입장을 전달했다. 장 대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비롯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당시 CCTV 열람,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및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 등의 문제점을 거론했다고 박성훈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장 대표는 특검의 내란 혐의 수사에 대해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며 결단을 촉구했고, 이 대통령은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와 3대 특검법 개정안 등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구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 협의체 발족을 계기로 협치의 첫발을 뗐다”면서도 “특검 문제 등 야당의 요구를 여당뿐 아니라 이 대통령도 수용하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정국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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