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이 FC 바르셀로나 감독은 절대 맡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어떤 마음인지는 이해가 되지만, 쭉 내리막길만 걷고 있는 그의 상황을 고려하면 바르셀로나로서도 황당할 뿐이다.
'비인 스포츠'는 5일(이하 한국시간) "포체티노가 바르셀로나를 비판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를 맹비난하며 에스파뇰과 관련된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레 옹호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포체티노 감독은 '엘 치링기토'와 인터뷰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현재 미국 대표팀을 지휘 중인 그는 절대로 바르셀로나 감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바르셀로나의 상징적인 문구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라고 전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클럽 그 이상(Més que un club)'이라는 문구를 깎아내렸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단순한 축구팀을 벗어나 카탈루냐 사회에 도움을 주고 상징적인 존재라는 포부이자 자부심이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그들은 바르사가 클럽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일까? 아이들에게 특정 생각을 주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한 그는 "모든 팀엔 고유 문화가 있고, 바르사는 훌륭한 클럽이다. 그러나 난 그들이 팔려고 하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사진]OSEN DB.
바르셀로나에 대한 적대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라이벌 구단' 에스파뇰 출신인 포체티노 감독은 "난 에스파뇰이 바르셀로나보다 훨씬 더 독립적이고 카탈루냐적인 클럽이라고 믿는다"라며 "난 바르셀로나 감독을 맡기보다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농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과거 자신의 발언을 다시 꺼냈다.
이어 그는 "나에게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에스파뇰과 내 정체성은 완전히 일치한다. 사람들은 내게 '바르셀로나가 당신에게 감독직을 제안하면 어떻게 할지 그때 가서 지켜보겠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다. 나는 바르셀로나 감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못 박았다.
비인 스포츠는 "포체티노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시간이나 변화가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의 말은 유럽에서 일할 때처럼 확고하다. 이는 두 카탈루냐 클럽 간의 역사적 경쟁을 다시 한번 부추기고 있다"라며 "포체티노의 발언은 바르셀로나 도시에서 고전적 논쟁을 재점화했다. '클럽 그 이상'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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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체티노 감독이 이토록 바르셀로나에 날을 세우는 이유는 그가 지역 라이벌인 '에스파뇰 레전드'이기 때문이다. 그는 1994년 에스파뇰에 입단했고, 이후 파리 생제르맹(PSG)과 보르도 등을 거쳐 2004년 에스파뇰로 복귀했다. 2006년 은퇴도 에스파뇰 유니폼을 입고 했다.
현역 시절 에스파뇰에서만 300경기를 넘게 뛴 포체티노 감독. 그는 팀과 함께 코파 델 레이 우승을 2번 차지했고, 지도자가 된 뒤에도 에스파뇰과 인연을 이어갔다. 포체티노 감독은 2009년 리그 꼴찌까지 추락했던 에스파뇰에 부임해 팀을 10위까지 올려두며 구단 전설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다만 바르셀로나로서도 포체티노 감독에게 감독직을 부탁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는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지도하며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이후로는 경질만 거듭하고 있다. 2019년 토트넘에서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PSG와 첼시에서도 잇달아 해고됐다.
미국 대표팀 감독 자리도 위험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해 9월 2026년 북중미월드컵 개최국인 미국 대표팀에 부임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4연패에 빠뜨리는가 하면 지난 7일 안방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에 0-2로 완패했다. 세계적인 클럽인 바르셀로나가 포체티노 감독을 선임하려 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