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이 다시 한번 한국을 무너뜨리자며 각오를 다졌다.
인도네시아 '오케이존 볼라'는 7일(이하 한국시간) "토히르 회장이 한국과 맞대결을 앞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의 라커룸을 방문해 동기부여에 나섰다"라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시도아르조의 겔로라 델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J조 2차전에서 마카오를 5-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대회 첫 승을 거두며 조 1위 희망을 살렸다. 1차전에선 라오스와 0-0 무승부에 그치며 고개를 떨궜지만, 조 최약체인 마카오를 상대론 무려 5골을 몰아쳤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상대 자책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4골을 추가하며 대승을 완성했다.
이제 중요한 건 운명의 최종전. 인도네시아는 오는 9일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과 맞붙는다. 한국은 마카오를 5-0, 라오스를 7-0으로 격파하며 연승을 달리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조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사진]OSEN DB.
한국으로선 인도네시아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 자리를 지키며 예선을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 이번 예선은 아시아 44개국이 참가해 4팀씩 11개 조가 조별리그를 치르는 방식이다. 그중에서 각 조 1위를 차지한 11팀과 2위 중 성적이 좋은 4팀만이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U-23 아시안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어떻게든 한국을 잡아내야 하는 인도네시아다. 오케이존 볼라는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 승점 2점 뒤지고 있다. 최종전이 양 팀의 결정적 경기"라며 "조 1위만 2026 U-23 아시안컵에 자동 출전할 수 있다. 조 2위는 11개 조 중 상위 4개 팀만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기에 확실히 안전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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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잘 알고 있는 토히르 회장도 선수단을 방문해 힘을 불어넣었다. 선수들과 만난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2026 AFC U-23 챔피언십 예선 최종전에서 대한민국과 맞붙게 될 U23 대표팀 선수들에게 인사드린다. 인도네시아를 위해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 팀으로서 하나가 되어 경기에 임하고, 규율을 지키며 모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힘내자, 젊은 가루다(인도네시아 대표팀 애칭)!"라고 격려했다.
또한 토히르 회장은 "대한민국과 최종전은 대회 본선 진출을 향한 U-23 대표팀의 마지막 승부가 될 거다. 열심히 노력하면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덧붙였다. 오케이존 볼라는 "토히르는 선수들에게 추가적인 열정을 부여하려 라커룸을 찾았다. 그는 대표팀이 직접 본선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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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은 지난해 한국을 꺾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지휘했던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4월 열린 2024 AFC U-23 아시안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을 무너뜨리며 8강 탈락시켰다. 그 결과 한국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굴욕을 맛봤다.
승리에 감격한 토히르 회장은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 돌연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고 '네덜란드 레전드'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다만 토히르 회장의 선택은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많은 반발을 일으켰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현역 시절엔 전설적인 공격수였지만, 지도자로선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인물이기 때문. 많은 인도네시아 팬들이 'STY(신태용) 감독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외쳤던 이유다.
토히르 회장이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데려온 이유는 더 많은 네덜란드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말 그대로 '귀화 광풍'을 일으키며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축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선발 11명 모두 귀화 선수로 꾸리면서 신태용 감독의 애제자들이 여럿 배제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