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출석 신자 출산율 2명 이상 유지 주 1회 미만 1.7명, 비신자 1.5명 미만 종교와 출산율 상관관계 새롭게 주목
출산율 하락과 신자 수 감소의 연관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매주 종교 모임에 나가는 이들의 출산율은 2명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10년 1.93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024년 1.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의회예산국(CBO)은 앞으로 30년 동안 출산율도 평균 1.6명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친다.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독교인 비율은 78.3%, 기타 종교 5.6%, 무교 16.1%였다. 2024년 이 비율은 기독교인 62%, 기타 종교 7%, 무교 29%로 변했다.
지금까지 출산율 하락 연구는 사회적.경제적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들어 종교 인구 감소와 연관성을 찾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버지니아대학교 윌리엄 B. 윌콕스 사회학과 교수는 "세속화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하락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종교는 일반적으로 가족과 자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기독교 등 주류 종교는 결혼과 가정을 신성하게 여기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을 축복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종교적 신념이 강한 이들은 일반적으로 무교인보다 자녀가 더 많은 경향을 보인다.
가족.인구학 관련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가족연구소(IFS)'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전국가족성장조사(NSFG) 1982~2019년 데이터와 민간연구소인 '인구통계정보'의 가족조사(DIFS) 2020~2022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2년 '미국의 신자.비신자 출산율 격차 확대'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매주 종교 모임에 참석하는 이들의 출산율은 2명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다. 반면 종교 모임 참석이 주 1회 미만인 이들의 출산율은 약 1.7명이었고 비신자의 출산율은 1.5명 미만이었다.
세계적인 인구학 전문 연구기관인 독일의 '막스 플랑크 인구학 연구소(MPIDR)'도 부부의 종교적 성향과 출산율을 연구했다. 2006년 논문 '종교와 종교성, 출산율: 미국과 유럽의 비교'에 따르면 종교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녀를 더 많이 갖는 경향이 있었고, 미국이 유럽보다 종교성이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세속화와 저출산: 교회 소속 감소가 부부와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핀란드의 1995~2019년 행정 등록 자료를 분석해 세속화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개인이 아닌 커플 단위에서 종교와 출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주목을 받은 이 연구에 따르면 교회에 출석하는 이들의 출산율이 높았으며 특히 첫 자녀 출산 확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커플 모두 교회에 출석하면 첫 자녀 출산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한 명만 교회에 출석하는 커플은 중간 수준이었고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커플은 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또 남성보다 여성이 교회에 가는 커플이 출산 확률이 더 높았으며 교회 신자가 줄어들면 동질적인 커플이 감소하면서 출산율 하락이 가속화했다.
종교 공동체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지망도 중요했다. 교회는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자녀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막스 플랑크'의 연구는 종교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인구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회적 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가족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H. 울핑어 유타대학교 교수는 교회 출석 빈도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종교와 출산율의 연관성은 종교의 이념적 가치뿐 아니라 종교가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과 출산은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교리에 포함돼 있지만 종교가 출산 같은 가족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면 출석과 같은 실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종교를 믿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해 신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울핑어 교수는 신자 감소와 출산율 하락은 상관관계이지 꼭 인과관계인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노틀담대학교 케이시 버클스 경제학과 교수는 "신앙 공동체는 구성원들에게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체계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세기 후반 유럽에서 수녀 수가 급감하자 수녀들이 운영하던 병원.학교.가족 지원 서비스가 사라지면서 유럽 가톨릭 신자들의 출산율이 크게 감소한 사례를 제시했다.
가족연구소의 라이먼 스톤 인구학자는 종교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신자는 더 일찍 결혼하고 종교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강력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하기에 비교적 좋은 배우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자는 신앙 공동체로부터 더 많은 육아 지원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