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시진핑, 브릭스회의서 대국으로서의 책임 보여줘"
중화권 매체 "글로벌사우스 수호자로 입지 강화"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흥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미국발(發) 관세전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이에 대해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9일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전날 시 주석의 브릭스 화상 정상회의 연설과 관련해 "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책임과 전략적 비전을 보여줬다"면서 "동시에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더욱 정의롭고 공평한 방향으로 추진하려는 브릭스 국가들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연설에서 "세계에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매우 만연하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는 잇따라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을 일으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각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타임스는 다자주의, 개방·상생, 연대·협력 수호 강화 등 시 주석이 브릭스 국가들에게 강조한 '3가지 제안'에 대해서도 "매우 시의적절하고 시대적 흐름과도 부합한다"며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선 중국이 글로벌사우스 연대와 협력에 새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치켜세웠다.
중화권에서는 시 주석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 이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 결집을 외치며 역내 수호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싱가포르의 중국 일간지 연합조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시 주석이 글로벌사우스의 리더이자 국제 질서의 주요 수호자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다"고 짚었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참석자들에게 주권 평등, 국제 법치, 다자주의 등을 골자로 역설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이날 연설에서 다시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뤄밍후이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부교수는 연합조보에 "시 주석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그의 외교정책의 연장선"이라면서 "또한 글로벌사우스 지도자이자 국제 질서의 주요 수호자로 입지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리량푸 싱가포르 유소프 이샤크 동남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 주석의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이제까지 시 주석이 제안한 개발·문명·안보 이니셔티브를 포괄하는 최상위 설계"라며 "더 많은 국가, 특히 영향력이 약한 개발도상국에 혜택을 주기 위해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 수석연구원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국이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추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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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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