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었으니 이제는 꼭 해보고 싶었던 직업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최근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춘복씨(57)씨의 소감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2년 만에 고졸 검정고시 합격장을 받아 든 이씨는 뇌병변과 지체장애 두 가지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를 ‘중복장애’라고 부른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그는 늘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일반인보다 잘 들리지 않고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움직이는 것도 불편했던 그는 4년 전인 2021년 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도움을 받아 중학교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가족은 물론 스스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자유롭지 못한 몸 때문에 직업을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던 그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평생 해보고 싶던 일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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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꿈 실현…한 번도 수업 빠지지 않아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2023년 10월 이씨는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내친김에 고졸 검정고시에도 도전한 그는 지난달 말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최종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따르면 이씨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산재로 인해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겼었다. 그런데도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단 한 번도 수업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이씨는 검정고시 합격통보를 받은 뒤 자신을 가르친 두 명의 자원봉사자에게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건넸다.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를 지낸 교사와 현직 보험설계사인 교사 등 2명은 매주 센터를 찾아 이씨의 공부를 도왔다. 바쁜 시간을 쪼개 수업을 준비하고 2년 가까이 이씨와 1대1 수업을 진행하면서 검정고시를 지원했다고 한다. 이씨는 “자원봉사 선생님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평생의 꿈이었던 아파트 경비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금은 하루에 4시간 정도 일하는 단기근로가 전부지만 이제는 고등학교 졸업자격이 생겼으니 새로운 목표를 세우겠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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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강사 충원 등 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임은영 센터장은 “이춘복씨를 비롯한 장애인들의 검정고시 합격에는 자원봉사자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장애인 학습자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수어 강사 충원 등 정부와 자치단체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