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다. 그는 이제 노팅엄 포레스트 지휘봉을 잡고 자신을 경질했던 토트넘 홋스퍼와 적으로 만나게 될 전망이다.
영국 'BBC'는 9일(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가 노팅엄에서 경질된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누는 월요일 밤 늦게 시티 그라운드(노팅엄 홈 구장)의 감독직을 떠났고, 구단은 후임 사령탑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속보를 전했다.
매체는 "소식통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초기 접촉이 이뤄졌고,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포스테코글루는 토요일에 열리는 노팅엄의 아스날 원정 경기 전에 공식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사실상 공식 발표만 남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BBC뿐만 아니라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디 애슬레틱' 등 공신력 높은 현지 매체들도 일제히 포스테코글루의 노팅엄 부임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스카이 스포츠는 "포스테코글루가 노팅엄에서 누누를 대신할 선두 주자로 알려졌다. 누누의 후임에 대한 논의는 이미 이뤄졌고, 노팅엄은 주말에 열리는 다음 프리미어리그 경기 전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노팅엄은 같은 날 누누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상황에 따라 누누 감독이 오늘부로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토트넘에서 성공적인 시기를 함께한 그의 기여, 특히 2024-2025 시즌 보여준 성과에 감사하다. 그와 함께한 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알린 것.
이로써 누누 감독은 지난 2023년 12월 스티브 쿠퍼 감독의 뒤를 이어 노팅엄 지휘봉을 잡은 지 20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당시 소방수로 나섰던 그는 노팅엄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이끌었고, 지난 시즌엔 팀을 리그 7위로 올려두며 1994-1995시즌 이후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 덕분에 노팅엄은 30년 만에 유럽 대항전에 진출하게 됐다.
다만 노팅엄은 지난 시즌 막판까지 3위 경쟁을 펼치다가 미끄러졌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게다가 이번 시즌 초반엔 다소 헤매면서 리그 10위에 머물고 있다. 불과 5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던 토트넘 시절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기대만큼의 모습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해고 이유는 구단과 불화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누누 감독은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구단주와 갈등을 빚어 2주 전부터 거취가 위험했다. 그는 구단의 이적시장 행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고, 아스날에서 새로 데려온 에두 가스파르 풋볼 디렉터와도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둘의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누누 감독이 팀을 떠나게 됐다.
[사진]OSEN DB.
올 시즌 1호 경질을 발표한 노팅엄. 이제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팀의 지휘를 맡길 예정이다. 디 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가 누누의 뒤를 이어 노팅엄의 새 감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이번 선임은 24시간 이내에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도 함께했던 자신의 사단을 이끌고 노팅엄에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레 예디낙과 닉 몽고메리, 세르지우 라이문도 코치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호주 출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1996년 자국 사우스 멜버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호주 대표팀과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 셀틱(스코틀랜드) 등을 거치며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고, 2023년 여름 토트넘 지휘봉을 잡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손흥민의 새로운 스승이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는 부임 초기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 1위로 이끄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전술과 수비 문제로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시즌엔 프리미어리그 17위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무려 리그 22패를 기록하며 38경기 체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강등되지 않은 팀 중 최다 패배라는 불명예를 썼다.
[사진]OSEN DB.
[사진]OSEN DB.
다만 잊지 못할 업적도 남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며 구단의 오랜 무관 역사를 끊어낸 것. 토트넘이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17년 만, 유럽대항전 우승은 41년 만의 경사였다. 그 덕분에 주장 손흥민도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일궈내며 토트넘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한 지 16일 만에 경질됐다. 다니엘 레비 회장이 UEL 우승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와 갈라서기로 결정한 것. 당시 토트넘은 "보드진은 만장일치로 변화가 최선의 이익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는 지난 리그 66경기에서 승점 78점을 얻는 데 그쳤다"라며 "UEL 우승은 아주 위대한 순간 중 하나지만, 감정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순 없다"라고 밝혔다.
2년 만에 토트넘을 떠나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 무직 신분이 된 그는 노팅엄뿐만 아니라 알 아흘리, 브렌트포드, 손흥민이 뛰고 있는 LAFC 등 여러 구단과 연결됐다. 최근엔 각각 에릭 텐 하흐, 주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한 레버쿠젠과 페네르바체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이 내민 손을 잡으며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손흥민의 전 스승이 떠나고 손흥민의 또 다른 전 스승이 오는 셈. 극단적인 '공격 축구'만을 구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누누 감독 밑에서 '선수비 후역습'으로 성과를 냈던 노팅엄을 과연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