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베네수엘라가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다음 달부터 성탄절 축제 시즌에 돌입한다.
9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이름으로 개설된 각종 베네수엘라 정부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보면 마두로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저녁 관영 TV를 통해 방송되는 '마두로와 함께+'(con maduro mas) 프로그램에서 "10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튜브에서 녹화본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영상에서 베네수엘라 정상은 "올해는 아름다운 해이며, 사회·문화·정치·경제·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진보와 발전을 이룬 해"라고 자평한 뒤 "이 세상 그 누구도 우리에게서 행복을 누릴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성탄 시즌'을 앞당긴 건 전에도 몇 차례 관찰된 바 있다.
지난해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부정 개표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난데없이 '10월의 크리스마스'를 선포하면서, 관제 성탄 트리를 일부 지역에 설치하도록 하고 관련 상업 활동을 장려했다.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사후 좌파 정부 권력을 승계했던 2013년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11월부터 성탄 연휴를 즐기게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명령했다.
올해의 경우 마두로 대통령은 정부가 직면한 심각한 정치·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국민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석유 수출 제재에 이어 최근 수년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미국으로 마약을 밀반입시키는 범죄집단 소굴'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을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 집단 우두머리'로 규정하고 5천만 달러(약 692억 원)의 체포 지원 보상금을 내건 미국은 최근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기반 카르텔인 '트렌데아라과'(TdA) 마약 운반선이라며 운항 중인 선박을 격침해 11명을 몰살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핵 추진 고속 공격 잠수함을 비롯한 군함을 파견하고, 베네수엘라와 85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F-35 전투기 10대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역내 긴장감을 한층 높인 상태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관영 방송 'RT'에서 방송된 라파엘 코레아(62) 전 에콰도르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식민지화 의도를 숨기려 하고 있으며, (미국의) 우리에 대한 공격 감행은 정신 나간 행위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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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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