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에 사활 건 기업들…'해킹 보안관' 몸값이 뛴다

정보보안 인력 ‘역대급 채용장’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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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안? 기업 전산실에서 적당히 하면 되는 거 아냐? 더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생각했다면 오산. 아니 어쩌면 이 때문에 사계절 내내 사이버 공격, 해킹 사고, 개인정보 유출 뉴스가 계속된 걸지도 모른다. 연이은 해킹 사고로 사이버 보안 문제가 전 국민의 걱정거리가 된 요즘, 이 바닥에 대한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기업들은 정보보안에 사활을 건다. 7000억원(SK텔레콤, LG유플러스), 1조원(KT) 투자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전문 인력 채용도 준비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보안 분야도 세분되는 추세.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정보보안 분야 최신 트렌드와 정보보안 인재가 되기 위한 ‘정보’를 담았다.

◆AI 시대, 주목받는 정보보안=올 상반기 사이버 공격 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1034건(과기정통부). 과거엔 정보보안을 귀찮은 규제 준수 활동으로 인식했다면, 이젠 보안 비용을 신뢰도와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예스24, SKT 해킹 사고 후폭풍 등의 영향이다. 전문인력 채용도 크게 늘고 있다. 해킹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통신사들이 대표적이다. SKT 정보보안 담당자는 “정부와 기업의 관련 투자, 전문 인력 양성 수요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SKT는 해킹 사고 이후 정보보호 인력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KT 정보보안 담당자는 “AI 기반 위협 탐지,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보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며 커리어 면에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유플러스 이은경 담당은 “임원, 실무팀장, 엔지니어까지 전방위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보안에 힘을 쏟는 이유는 공격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해커는 생성 AI로 공격하고, 기업은 AI로 다시 방어한다. 과거 수작업으로 밤새 준비했던 피싱 메일을 이젠 AI가 몇 초 만에 작성한다. 다크웹엔 돈만 내면 공격용 프롬프트와 툴을 빌려 주는 시장도 생겼다. 기업은 보안 이벤트 관리(SIEM), 자동 대응 시스템(SOAR) 같은 솔루션에 AI를 얹어 수십억 건의 로그를 실시간으로 훑는다. AI 기술 발전으로 이상한 네트워크 움직임, 랜섬웨어 징후까지 잡아내는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다. 가트너는 2025년까지 보안관제센터의 60% 이상이 AI 자동화를 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몇 년간 뼈아픈 보안사고는 ‘내부’가 아니라 ‘협력사’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악성코드가 슬쩍 끼어드는 식으로, 외부 파트너의 취약점이 그대로 회사 시스템 안으로 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3자 리스크 관리(TPRM), 오픈소스 코드 검증, 소프트웨어 빌드 과정 신뢰 확보 같은 공급망 보안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트너 역시 2025년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협 중 하나로 공급망 공격을 꼽았다. 네이버 시큐리티팀 허규 리더는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클라우드 보안, 공격 탐지와 대응 고도화에 필요한 ‘위협 인텔리전스’ , AI 보안까지 지속해서 보안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안 솔루션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결국 빈틈을 찾고, 공격 시나리오를 돌려보는 건 사람의 몫이다. 기업 의뢰로 모의 해킹을 수행하는 화이트해커뿐 아니라 요즘은 ‘공격자 입장’에서 방어 체계를 뚫는 레드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Azure) 오픈AI 서비스에 레드팀을 운영해 모델이 해커 손에 들어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미리 시뮬레이션한다.

◆현직자가 전하는 꿀팁=정보보안 업계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IT 업계 관계자는 “중소 정보보안 업체나 유통 등 일반 대기업 정보보안 담당자로 근무하다가 통신사나 플랫폼 등 IT 대기업, 해외 보안 기업에 중고 신입이나 경력으로 입사하려는 이가 많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보보안 기업의 인력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과 통신 3사의 정보보안 팀장들은 정보보안 담당자의 중요한 역량으로 기술 역량, 문제 해결력을 꼽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기술적 이해, 문제 해결 능력, 협업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학습 태도도 중요하게 본다. 네이버 허규 리더는 “기술인력은 버그바운티(소프트웨어, 웹사이트 등 취약점을 발견해 신고한 이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 CTF(주어진 문제를 풀며 해킹 기술을 익히고 경쟁하는 방식) 등에 참여하게 해 업무에 필요한 기술 역량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학력, 스펙보다 현장 적용 능력, 학습 태도를 중심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근 입사한 주니어들은 뭘 중요하게 생각할까. 학부에서 사이버 보안을 전공한 네이버 시큐리티팀 정경화씨는 “시스템, 웹, 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취약점 분석 경험은 정보보안 실무 준비에 필수”라고 했다. 정씨는 “보안 대회 참여는 실무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기술 보안에 관심이 있으면 컴퓨터공학, 정보보호 관련 전공이 실무에 유리하고 정책 보안은 정보보호 외 법학, 행정학 등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개인정보정책팀 권대암씨는 “학부에서 경영경제대학 소속 산업보안학을 전공하며 개인정보보호법, ISO 등 보안 인증을 주로 공부했다”며 “개인정보관리사 자격증(CPPG), 정보보안 기사 자격증 취득이 입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과도 정책 분야 취업이 가능하고 대학원 학위보다 논리력과 직무 지식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안 인재, “야 너도?”=전국적으로 정보보안 관련 학과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려대, KAIST, 포스텍, 숭실대, 가천대, 순천향대, 세종대 등이 있다. 학부에서는 컴퓨터·전자공학 전공자가 많지만, 문과 출신이나 비전공자도 대학원 과정을 통해 정보보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나 컴플라이언스 같은 영역에서는 비전공자의 강점이 발휘되기도 한다. 다만 KAIST 같은 연구 중심 대학원은 수학, 전산학 기본기를 엄격히 요구하기 때문에 비전공자가 입학하는 건 어렵다.

정부도 인재 양성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Best of the Best(BoB)’다.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이 주관하는 이 과정은 상위 1% 인재를 선발해 전문가 멘토링, 실무 프로젝트, 경연을 제공한다. 초급 인재를 위한 ‘화이트햇 스쿨’도 있다. 26세 이하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실습 중심 교육을 제공해 중급 보안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K-Shield 주니어’는 IT 비전공자, 보안 입문자를 위한 실무형 과정으로, 200시간 이상의 교육과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 연계까지 지원한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는 “AI 보안은 공격과 방어, AI 자체 보호, 세 영역 모두에서 인력이 필요하다”며 “AI 프라이버시와와 안전을 아우르는 교육 개편이 2~3년 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업사이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웹3, 블록체인 보안 등에 특화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차상길 KAIST 정보보호대학원 책임교수는 “AI가 자동으로 만든 코드를 검증할 고급 보안 인력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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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국.권유진([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