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내야수 황영묵(26)은 지난 3일 대전 NC전에서 프로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쳤다. 5-5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 1사 2,3루에서 NC 투수 이준혁의 2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익수 앞 빠지는 안타로 끝내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황영묵은 만세를 부르며 1루로 달려갔고, 동료들로부터 시원한 물 세례를 받았다.
황영묵이 기쁨에 겨워 정신이 없던 그 순간, 끝내기 공을 남몰래 챙긴 사람이 있었다. 고동진(45) 한화 1군 전력분석코치였다. 황영묵에게 끝내기 기념구를 전달한 고동진 코치는 “나도 선수 시절 연장 가서 끝내기 안타를 친 적이 있다. 그때는 한 번 더 칠 줄 알고 안 챙겼는데 그렇게 하다 은퇴했다”며 인생에 한 번뿐일지도 모를 끝내기 기념구를 챙겨준 이유를 말했다.
고 코치의 섬세한 배려와 의미 있는 메시지에 황영묵도 감동했다. 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황영묵은 “고동진 코치님께서 경기가 끝나고 직접 끝내기 공을 찾아주셨다. 저는 그렇게까지 크게 생각 안 했는데 코치님은 인생에 한 번밖에 없을 수도 있는 거라고 하셨다. 너무 감사했다. 저한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는 순간인데 그렇게 생각해주신 게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좌타 외야수 출신으로 2004~2015년 한화에서만 10시즌을 뛰었던 고 코치는 2014년 4월19일 한밭(대전) LG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쳤다. 당시 7-7 동점으로 맞선 10회 무사 2루에서 이동현을 상대로 우익수 앞 끝내기 안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끝내기 안타였다. 2016년을 끝으로 은퇴한 고 코치는 2017년부터 한화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지난 6월11일부터 전력분석코치로 1군에 합류했다.
[OSEN=대전, 박준형 기자] 10회말 무사 2루 한화 고동진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펠릭스 피에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4.04.19 /[email protected]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황영묵이 끝내기 안타를 날리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2025.09.03 / [email protected]
선수를 위해 작은 부분까지 챙긴 코치의 섬세한 배려는 한화가 올 시즌 잘 나가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영묵이 후반기 25경기 타율 3할4푼8리(46타수 16안타) OPS .819로 반등한 것도 트레이닝 코치들의 보이지 않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황영묵은 시즌 초반과 비교해 체중을 8~9kg 찌우며 ‘벌크업’에 성공했다. 비시즌도 아니고, 시즌 도중에 이렇게 체중을 늘리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닌데 황영묵은 해냈다. 혼자 힘이 아니었다.
그는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몸을 불리려면 많이 먹는 것보다 자주 먹어야 한다. 자주 먹을 수 있게 야구장에 항상 바나나나 에너지바를 준비해서 체력이 안 떨어지게끔 해주신다”며 “웨이트도 저희 팀만의 프로그램들이 있다. 코치님들께서는 몸을 키운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신다. 그보다 몸의 스피드, 가동성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서 웨이트를 한다. 하체 운동 위주로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됐다”고 설명했다.
[OSEN=고척, 박준형 기자] 2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진행됐다.이날 키움은 하영민을, 한화는 폰세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5회초 한화 선두타자 황영묵이 2루타를 날린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08.28 / [email protected]
이어 그는 “저희 팀은 프로야구 2등이다.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는 최고의 팀이고, 최고의 트레이닝 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치님들 믿고 따라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한화 코치진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체중이 늘고, 힘이 붙으면서 타구의 질도 확실히 날카로워졌다. 밀어치기뿐만 아니라 당겨서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가 증가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황)영묵이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웨이트를 많이 해서 몸이 좋아졌고, 치는 것도 많이 좋아졌다”고 봤다.
지난달 10일부터 열흘간 2군에 잠시 다녀온 것도 반등 포인트였다. 황영묵은 “감독님께서 2군에 내려가기 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라’며 준비 잘하라고 주문하셨다. 기술적인 것도 있고, 제 느낌을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냉정하게 생각하면서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1~2군 나눌 필요 없이 똑같은 야구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퓨처스 가서 풀로 경기에 나서며 감을 찾았고, 자신감도 찾았다”며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김경문 감독에게도 감사해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1회말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한화 황영묵이 우중간 2루타를 날리고 있다. 2025.07.25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