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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

New York

2025.09.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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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학교 심리학과 조나단 하이드트(Jonathan Haidt) 교수는 작년에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오랫동안 유지했고, 영어 외에 11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며,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아동·청소년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총체적인 담론을 촉발했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부모와 교사 및 교육 전문가들의 지대한 관심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대처 방안에 대한 즉각적인 요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지난 이십 년간 진행돼온 다수의 심리학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라 불리는 우리 아이들의 성장 환경은 지난 20년간 급진적으로 변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디지털 기기들은 아이들의 삶을 주도하고 신체, 인지, 정서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데 있다. 하이드트 교수는 그 원인으로 아이들의 신체활동 시간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무분별하고 중독적인 사용을 제시한다. 특히 아동기의 본질이 놀이 기반(play-based)에서 스마트폰 기반(phone-based)으로 변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00년대 후반 이후 청소년기의 심리·정서 질환의 급격한 증가는 과학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에 따르면, 우울증의 대표 증상인 지속적인 슬픔과 절망감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50%에 달한다.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는 2010년 이후 우울증의 발병 빈도가 여아의 경우 145%, 남아의 경우 161%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연구자들은 이것이 스마트폰 사용 및 소셜 미디어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매일 5시간 이상 소셜 미디어를 중독적으로 사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의 발병 빈도는 하루 1~2시간 이내로 사용을 제한하는 아이들에 비해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현재 더 큰 우려는 소셜 미디어에서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폭발적인 사용으로 옮겨지는 추세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눈을 뜸과 동시에 AI 챗봇과 대화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 16세 백인 청소년이 챗GPT의 지시를 받고 생을 마감했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AI 챗봇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이 남학생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위로의 통로였는데, 결국은 챗봇의 지시대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 아이가 경험한 우울과 절망감을 토로한 대상이 가족도 친구도 교사도 아닌 AI 챗봇이었다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인간은 관계를 맺고, 관계를 통해 회복되며 성장한다. AI 챗봇은 인간만이 해줄 수 있는 정서적 공감이 불가능하고, 윤리적인 판단 의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험한 곳으로 안내하기가 너무 쉽다.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의 중독을 넘어 이제 인공지능의 위해한 요소들까지 아이들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 이미 펼쳐져 있고,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모와 교사, 교육계와 정책 입안자들 및 AI 개발을 주도하는 정보 통신 기업들의 책임 있는 대처가 종합적으로 맞물려 체계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데 있다. 우리 아이들이 불안 세대라는 타이틀을 말끔히 걷어내고, 전 인격적으로 건강한 세대로 거듭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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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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