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25)씨가 미국 복수 국적(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한다.
삼성전자는 지호씨가 오는 15일 139기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다고 10일 밝혔다. 교육훈련 기간을 포함해 총 39개월간 복무할 계획이다. 입영 후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11주간 제식, 전투기술, 기본소양 등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훈련을 거친 뒤 오는 12월 1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보직과 복무 부대는 교육훈련 성적, 군 특기별 인력 수요 등을 감안해 임관 시 결정된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나 ‘선천적 복수국적자’였던 지호씨는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에 입학, 최근까지 교환 학생으로 미국 소재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 기간 군 복무가 연기된 상태였으나, 최근 입대를 결정하며 한국 단일 국적을 갖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호씨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입대 당일 이 회장이 현장에 동행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지호씨가 복수국적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일반 사병이 아닌 해군 장교의 길을 선택한 것을 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보유한 병역의무 대상자가 자원 입영을 신청한 사례는 한 해 평균 100여 명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을 면제받거나, 장교보다 복무 기간이 짧은 일반 병사로 입대해 복수국적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지호씨는 일반 병사보다 복무 기간이 2배 이상 긴 해군 장교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호씨의 입대로 대기업 오너가의 군 입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호씨와 마찬가지로 해군 장교를 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가 대표적이다. 민정씨는 여성으로 병역 의무가 없음에도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 입대해 소위로 임관, 아덴만 파병 근무 등을 한 뒤 2017년 해군 중위로 전역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도 2006년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 입대했다. 코오롱그룹 4세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였지만 육군에 현역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