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신태용(55·현 울산HD) 감독에게 향해 있다. 그 공백을 메우려 부임한 파트릭 클루이베르트(49) 감독은 전임자와의 비교를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아이뉴스는 9일(이하 한국시간) “클루이베르트 감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태용 감독과의 비교에 대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고 전했다.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전임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현지 여론은 신태용 경질 이후에도 싸늘하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네덜란드의 전설 클루이베르트를 선임했지만 팬들은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왜 굳이 바꿨나”라는 불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경기 전술·결과·선수 기용, 심지어 경기 중 제스처까지 신태용과 비교되고 있다.
상황은 일본전 참패로 더 악화됐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일본과의 경기에서 0-6으로 완패했고, 현지 언론은 “클루이베르트 감독 경질설”을 헤드라인으로 내걸었다. 티비원뉴스는 “국가대표팀 관련 기사 중 가장 많이 읽힌 주제는 감독 경질설이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를 냈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 올려놨다. 이 성과는 팬들에게 깊이 각인돼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현재 클루이베르트 체제는 불안하다. 인도네시아는 9월 평가전에서 대만을 6-0으로 완파했으나, FIFA 랭킹 112위 레바논과는 0-0으로 비겼다.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다.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인도네시아는 최선을 다했다. 많은 기회를 만들려 했지만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와 득점이 어려웠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는 어김없이 신태용의 이름이 언급됐다.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나는 압박을 좋아한다. 비판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발언들이 내겐 다소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반응했다. 이어 “SNS를 보지 않는다. 내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할 일을 알고 있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역시 그렇다”고 선을 그었다.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더 험난하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10월 북중미월드컵 4차 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랭킹 59위), 이라크(랭킹 58위)와 연이어 맞붙는다. 레바논과 비겼던 전력을 고려하면 훨씬 강력한 상대다. 게다가 일정도 최악이다. 10월 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 뒤 불과 사흘 만에 이라크와 격돌해야 한다.
4차 예선은 각 조 1위만이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다. 2위 팀은 아시아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며 여기서 이기면 FIFA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와 일정까지 고려하면 인도네시아가 본선을 향한 길은 ‘가시밭길’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신태용 감독의 흔적은 여전히 뚜렷하다. 팬들은 신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과 성과를 기억하며 새 지도자에게 냉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압박을 즐긴다”고 말했지만, 일본전 참패와 레바논전 무승부 이후 비판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