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정부여당을 겨냥해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서 야당 파괴, 보수 궤멸의 일당 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독재(8회), 폭주(7회), 파괴(6회) 등 단어들로 전날(9일) 연설에서 ‘내란정당 해산’ 을 다시 입에 올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불을 놨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가 집권한) 지난 100일은 한마디로 ‘혼용무도(昏庸無道)’, 즉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시간이었다”며 “다수 의석을 앞세운 집권 여당의 일방적인 폭주와 의회 독재의 횡포만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출범한 지 겨우 100일인데 왜 스스로 파멸의 절벽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느냐”고 말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과 관련해선 “정치 보복의 도구로 전락했고 야당 탄압은 끝이 없다”며 “독재국가에서나 벌어지는 정치폭력이자 정당 민주주의 말살 책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는 “과거 반민특위특별재판부나 3·15부정선거특별재판부와 달리, 헌법적 근거도 없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결국 수사도, 재판도, 판결도 자기들이 다 하겠다는 것으로, 인민 재판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민주당이 3대 특검 연장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일방적 특검 확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야당을 짓밟는 입법 폭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 보복에 단호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동시에 이 대통령 취임 이후 5개 재판이 중단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덮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민주라는 위선의 탈을 벗어 던지고 ‘나홀로독재당’으로 당명을 바꾸라”고 했다.
검찰 해체와 관련해선 “공수처와 특검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주면서, 왜 검찰의 수사권은 빼앗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여야 합의도, 사회적 숙의도, 국민의 동의도 없이 속도전으로 몰아치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송 원내대표는 여야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검찰개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상법 2차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을 외국으로 내쫓는 자해적 경제정책”이라며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기업 단두대법’”이라고 말했다. 방송 3법과 관련해서도 “공영방송을 어용방송으로 만드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여·야 ‘공영방송 법제화 특위’를 구성해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최악의 인사 참사’로 규정한 뒤 “임명까지 강행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까지 도합 전과 22범의 ‘범죄자주권정부’가 완성된다”고 꼬집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빈손 쭉정이 회담으로,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를 부를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정권 치적을 위한 평화쇼의 허상에서 깨어나라”고 비판했다. 다만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합의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에 대해선 “국민의힘은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집권 여당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날 송 원내대표 연설 도중 민주당에서 거센 항의와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연설이 끝난 직후 정청래 대표는 “연설문 중에서 ‘이재명 정부’를 ‘윤석열 정부’로 바꿔서 치환해 놓으면 딱 어울리는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국민 협박 시위에 다름없었다”며 “국민의힘은 모쪼록 ‘위헌 정당 해산 심판대’에 오르지 말라는 우려를 받아들여 내란세력과 절연하고, 국민을 위한 ‘잘하기 경쟁’에 함께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송 원내대표의 연설 직후 “오늘 연설하는 도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항의가 있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국회의장이 왜 조용히 시키지 않느냐’는 항의도 여러 차례 받았는데, 세상을 보는 데 입각점(立脚點)이 있다”며 “국회의장이 이 자리에 앉아 보니까 저 앞에 방청석에 있는 우리 초등학생들도 보이고,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우리 국민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견학을 온 초등학생 20여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속에서 본회의장의 모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늘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비판과 고함으로만 오늘 얼룩진 본회의장 모습을,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봤을지 반성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