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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국제분쟁 중재국' 카타르 공습한 이스라엘

연합뉴스

2025.09.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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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국제분쟁 중재국' 카타르 공습한 이스라엘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국제분쟁을 중재하는 협상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국가가 있다. 우리나라 경기도 크기의 면적에 인구가 300만명이 안 되는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다. 이 나라가 국제 중재 외교를 적극적으로 벌여온 데는 중동의 패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영향이 크다. 천연가스와 석유가 풍부한 자원 부국이지만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안보 측면에서는 늘 불안한 요소가 있어 다양한 진영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외교력을 발휘했다. 나름의 국가 생존전략인 셈이다.

카타르는 사우디 중심의 이슬람 수니파 산유국 협력체인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이면서도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동 최대 미군기지가 자국에 있을 정도로 미국과도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어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국면에서 여러 차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이 성사되는데도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당시 미국 측의 요청을 받은 카타르가 이란이 휴전안을 수용하도록 설득했다.

카타르는 정상 국가들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나 다국적기업, 무장정파 등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과도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수도 도하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외창구 역할을 하는 사무소가 있고,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의 정치사무소도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가자지구 휴전을 중재해왔다. 2020년 미국과 탈레반 사이의 휴전 및 철군 협상 타결을 중재해 성사한 것도 카타르였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이유로 9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의 한 건물을 공습해 국제적 파장이 크다.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이 거주하는 주거용 건물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결정일 뿐, 나는 승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이 이스라엘로부터 사전에 공격을 통보받았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지만 양국이 사전에 조율한 공습은 아닌 것 같다. 이번 공격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도 10일 열린다.

이스라엘이 주권국의 수도를 폭격했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미국의 동맹국 카타르를 공습한 이유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만일 하마스 지도부가 이집트나 사우디에 있었다면 이스라엘이 과연 공습할 수 있었을까. 카타르는 외교적으로 강한 부국이지만 이스라엘을 제재할 실질적인 강제 수단이 없다. 카타르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용기를 선물했을 정도로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공을 들여왔다. 그것만으로는 국경을 넘나들며 다른 나라들을 마구잡이로 공습해대는 이스라엘을 막지는 못했다. 일본 정부도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강력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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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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