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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전세기, 美사정으로 10일 출발 어렵다"…협의 난항?

중앙일보

2025.09.10 01:34 2025.09.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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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의 귀국 일정이 연기됐다고 10일 외교부가 밝혔다. 이들을 데리고 올 전세기는 이미 이날 오전 인천을 출발해 미국으로 향했으나 "미국 측 사정"으로 10일(현지시간) 출발이 불발됐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연합뉴스
외교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시간 10일 출발은 미국 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라며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해 미국 측과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초 조지아주 포크스턴 시설에 구금돼 있는 우리 국민들은 10일(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오전 3시 30분쯤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대한항공 전세기 KE2901편은 이날 오전 10시 21분 인천공항에서 이륙했다.

외교부는 일정이 변경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미국의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우리 국민께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같은 날 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에서 "교섭이 마무리됐고 막바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형 전세기가 내일(10일) 출발해 모시고 와야한다"고 전세기 출발 시점까지 못박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위급에서 '10일 출발'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계획이 틀어진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 공항사진기자단
정부는 구금된 300여 명 전원을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시키고 향후 비자 발급 등 미국 재입국 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아직 마무리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미국 측과)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막판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가 전세기 출발 연기 배경을 "미국 측 사정"이라고 설명한 점도 주목된다. 정부는 구금 시설의 열악한 환경 등을 고려해 조속한 출국을 추진하고 있으나 미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관련 기관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지 이민법 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자진 출국을 하더라도 기록이 남지 않거나 향후 불이익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민법 전문인 최경규 변호사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자발적 출국(voluntary departure)으로 '입국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는 불법체류가 1년을 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며 "추방 명령을 받으면 10년의 입국 제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지에서 교육이나 회의 참석, 장비 설치·시운전 등이 가능한 상용(B1) 비자가 아닌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소지하고 있었던 근로자의 경우 ICE 측에서 명백한 불법 체류로 간주, 추방 조치를 적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 절차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금된 300여 명은 보유한 비자 종류와 체류 지위가 제각각이어서 석방·출국을 위한 행정 절차에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비롯한 현장 대책반은 300여 명에 대한 영사 면담을 마쳤으며 대부분이 귀국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다만 잔류를 희망하는 인원이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근로자들의 귀국을 위한 막판 협의는 조현 외교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10일(현지시간) 오전 협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미국으로 출국해 당초 9일 루비오 장관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회담 일자가 하루 늦춰졌다. 근로자들의 귀국 일정이 늦어진 것과 별개로 양국 외교장관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한편 대통령실도 석방이 갑작스럽게 지연되면서 현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를 주재하던 도중 쪽지를 통해 귀국이 지연된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행사 직후 집무실로 돌아간 이 대통령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추가로 보고받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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