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장바구니를 멘 한 50대 주부가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직장인, 편안한 옷차림을 한 청년들도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곳은 롯데마트 서울 송파점 2층에 위치한 상설 미술 전시장 엠아트(mART)센터. 2314㎡(700평) 규모의 전시장에선 국내외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작품도 전시돼 있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전시도 보고 장보기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유통가에 ‘아트 마케팅 열풍’이 번지고 있다. 마트·백화점들은 잇따라 전시장을 운영하거나 예술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몸집을 키우는 이커머스 시장에 맞서 ‘현장 체험’이 가능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의 차별점을 강조한 것이다.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집객 전략이기도 하다. 올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의 누적 관람객은 418만9822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실제 예술 마케팅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8월 마트업계 최초로 연 엠아트센터의 누적 관람객은 최근 3만5000명을 넘었다. 최근 6개월(올 2~7월) 간의 관람객 수는 개장 직후 6개월(지난해 8월~올 1월)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에 전시장을 꾸민 건 집객 효과와 고객 체류 시간 증가를 기대한 것”이라며 “이제 타 지역에서 일부러 전시를 보러 오는 고객들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그간 전시회 개최 등 예술을 모객에 활용해 온 백화점 업계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 개강한 문화센터 가을학기에 예술 강좌를 이전보다 30%가량 늘렸다. 대형 전시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에서 함께 전시를 보며 전문가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또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6층)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장승택 작가와 컬래버(협업)한 와인도 이달 중 내놓는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외벽에 농구장 3개 크기(1292.3㎡)의 초대형 미디어아트를 내걸고 있다. 이 중 일부 작품은 지난달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또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신세계갤러리 청담(분더샵 지하 1층)의 관람객 수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1~25일 더현대 서울의 상설 전시장 ‘알트원(6층)’에서 한국의 정원을 주제로 한 ‘베어브릭’(곰 모양의 블록형 피규어) 전시를 연다.
예술 마케팅은 유통업체의 매출 증가로도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엠아트센터 개장 직후인 지난해 8월 한달 간 송파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방문객 수는 5% 늘었다. 또 올 1~8월 송파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전 점포에서 다양한 예술 행사를 연 ‘아트 스테이지’ 기간(지난달 23일부터 지난 7일까지) 백화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고 한다.
예술 마케팅은 집객이 중요한 호텔업계로도 확장 중이다. 서울신라호텔은 박선기 등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을 호텔 곳곳에 전시 중이고,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지하 1층 전시장(‘빛의 시어터’)에서 고대 이집트를 주제로 전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예술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