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용률이 통계 집계 이후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다. 반면 청년층은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구직촉진수당을 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 고용 상황은 전체 숫자만 보면 양호한 편이다. 10일 통계청 ‘8월 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9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6만6000명이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198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8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하지만 연령별과 산업별로 온도차가 컸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보다 21만9000명이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 감소폭은 8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8월(-69만5000명) 이후 가장 컸다. 인구 감소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1년 새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것(-19만1000명)보다 훨씬 많은 청년 일자리가 사라졌다.
반면 60대 이상 취업자는 40만1000명이 늘어나며 취업자수 증가를 이끌었다. 60세 이상 고용률(47.9%)이 청년층 고용률(45.1%)을 추월할 정도다. 청년층 고용율은 8월까지 16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고 수시 채용으로 가면서 청년층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고령층 고용 증가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 출생)가 60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며 본격화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1년 새 50만6000명이 늘었다. 인구 증가와 평균 수명 상승, 노후 불안 등이 겹치면서 고령층 취업자가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60세 이상 인구 중 구직활동을 하는 경제활동인구 비율(경제활동 참가율)은 48.4%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47.4%)보다 높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등 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며 관련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30만4000명이 늘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업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1000명이 줄며 1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보통신업 역시 전년보다 취업자 수가 1만6000명 감소했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건설업 취업자 역시 13만2000명이 줄었다. 16개월 연속 감소다. 장주성 기재부 인력정책과장은 “제조업은 소비ㆍ기업심리가 개선되는 플러스 요인과 대미 통상 불확실성의 마이너스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들며, 취업 상태가 아닌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늘고 있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264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만3000명이 늘었다. 특히 30대 ‘쉬었음’ 인구는 32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8월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많다. 평생 직장 개념이 희미해지며 이직을 준비하며 일시적으로 쉬었음 인구에 편입되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20대 연령층이 30대로 넘어가면서 ‘쉬었음’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4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줄었다.
정부도 이날 ‘쉬었음’ 청년에 대한 대책인 ‘일자리 첫 걸음제’를 발표했다. 청년을 ▶잠시 멈춘 청년 ▶일하고 싶은 청년 ▶일하는 청년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미취업 청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장기 미취업 위험군 15만 명을 선별한 후 은둔형은 보건복지부 청년미래센터와 연계해 정신건강과 일상 회복을 돕고, 경로 단절형은 직업계고 멘토링과 재훈련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구직 청년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AI 인재 3단계 트랙(훈련→일경험→채용)을 신설해 2026년까지 1만 명을 교육하고 2000명을 채용과 연계한다. 구직 기간 생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구직촉진수당도 월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와 함께 자발적 이직 청년에 대한 구직급여(실업급여) 도입, ‘청년미래적금’ 신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인센티브 확대 등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총동원할 방침이다.
법ㆍ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졸업 직후 미취업 청년 지원 체계를 명문화하고, 부처 간 정보 공유와 조기 개입 의무를 규정한다. 청년 연령 상한은 29세에서 34세로 높인다. 또 일경험 제도를 법제화해 청년ㆍ기업ㆍ운영기관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참여 기업에 인센티브를 쉽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이날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주재한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