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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와 악연 지운 케인, 품격 있는 헌사… "최고의 회장, 행운을 빈다"

OSEN

2025.09.1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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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에 이어 해리 케인도 토트넘의 전설 다니엘 레비 회장에게 이별사를 남겼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9일(한국시간) "케인은 '환상적인' 레비 회장이 충격적으로 토트넘에서 퇴장한 뒤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는 레비 회장의 사임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인정하며 그가 지난 25년간 클럽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칭찬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 팬들에게 레비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2001년 에닉(ENIC) 그룹이 구단을 인수한 이후 줄곧 회장직을 맡으며 클럽을 명문 반열로 끌어올렸다.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갔고,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완공하며 인프라를 완성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꾸준히 상위권 경쟁을 벌이며 ‘중위권 팀’ 이미지를 지워냈다.

그러나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레비는 ‘지갑을 닫는 회장’이라는 꼬리표를 피하지 못했다. 제한적인 임금 구조와 소극적인 투자로 인해 ‘우승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위고 요리스는 팀을 떠나며 “레비의 야망 부족이 아쉽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25년 동안 무려 14명의 감독을 바꾸면서도 트로피 수확은 미미했다는 점도 팬들의 원성을 샀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대부분 팬들은 레비의 사임을 환영한다. 그는 충분히 큰 야망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비판했고, ‘텔레그래프’는 “그의 측근조차 레비가 토트넘을 삶의 전부로 여겨왔기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결국 레비는 공식 발표 몇 시간 전에서야 구단의 결정을 통보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레비와 가장 복잡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은 단연 해리 케인이다. 케인은 2018년 맨체스터 시티로의 이적을 원했지만, 레비가 신사 협정을 지키지 않고 협상 문을 걸어 잠그면서 잔류할 수밖에 없었다. 케인 입장에서는 불편한 기억이 남을 법도 했다.

그럼에도 케인은 이번 레비 퇴장에 깜짝 헌사를 바쳤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에 따르면 케인은 “솔직히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레비는 20년 넘게 토트넘에 있었고, 환상적인 회장이었다”라며 “클럽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경기장 안팎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그가 해낸 일은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레비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 우리는 함께하면서 분명 관계를 쌓아왔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라며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레비와 개인적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인은 그가 남긴 발자취를 높이 평가했다. 이는 ‘토트넘 전설’로 불리는 케인의 품격이자, 레비가 클럽에 남긴 공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는 방증이었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 역시 레비 회장의 퇴임에 감사를 표했다. 미국전 직후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이 자리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레비 회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을 했다. 그가 내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다”라며 진심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손흥민의 발언은 지난 10년간 함께한 동행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케인과 손흥민, 그리고 레비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토트넘의 역사를 써온 상징적인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케인은 독일 뮌헨에서, 손흥민은 미국 무대에서, 레비는 그라운드를 떠난 곳에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한편 토트넘은 최근 주장 손흥민의 이적,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그리고 레비 회장의 퇴진까지 겹치며 격변기를 맞이했다. 영국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토트넘은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루이스 가문이 구단 운영 전면에 나서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길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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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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