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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카운터어택] 정답은 없다

중앙일보

2025.09.11 08:15 2025.09.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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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 스포츠부 기자
스포츠 스타들은 현역의 황혼기에 맞이하는 마지막 갈림길마저도 화제가 된다. 팬들의 사랑과 기대, 자신의 자존심,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기량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여부에 팬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모인다. 관련해 최근 한국 스포츠의 두 상징적 인물이 똑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 대장’ 오승환(43)은 ‘영원한 삼성맨’을 택했다. 지난달 만난 그는 “삼성 이외의 팀에서 유니폼을 벗는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승환은 삼성 역사를 빛낸 마무리 투수다.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KBO 통산 737경기에서 427세이브를 기록해 이 부문 역대 1위 기록 보유자가 됐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를 시작으로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한·미·일 통산 세이브는 549개에 달한다. 역대 삼성 선수 중 4번째이자 투수로는 최초로 영구결번(21번)의 영예도 얻었다. 은퇴 투어 중인 그는 “팀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여전히 몸을 만들어두고 있다”며 변함없이 프로 정신을 불태운다.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지난달 7일 은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스타 기성용(36·포항스틸러스)은 프로축구 K리그를 넘어 한국축구대표팀의 간판스타 겸 주장 계보를 이은 레전드다. 10대 시절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축구대표팀의 붙박이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뒤이어 셀틱(스코틀랜드), 스완지시티·선덜랜드·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마요르카(스페인) 등 유럽 무대를 누볐다. 이후 국내 복귀 과정에서 K리그 여러 빅 클럽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다시 친정팀 서울의 손을 잡았다.

커리어 패스는 오승환과 비슷하지만 ‘마지막’에 대한 결정이 달랐다. ‘팀을 옮겨서라도 건재를 보여줘야 한다’는 가족과 팬들,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 목소리에 반응했다.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을 떠나 올 시즌 도중 포항스틸러스로 팀을 옮겼다. 기성용은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저 기회를 주신 포항에 보답한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팬들은 이별이 아쉽지만, ‘한국 축구의 영웅’을 경기장에서 계속 볼 수 있게 된 축구 팬 전체의 반응은 ‘환영’과 ‘존중’ 쪽이다.

두 레전드의 선택은 정반대지만 둘 중 어느 쪽이 옳거나 틀리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판단의 핵심 기준은 결국 선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팬들은 오승환의 우직한 퇴장을 기립 박수로, 기성용의 새로운 도전을 뜨거운 환호로 격려할 것이다. ‘무엇이 최선인가’라는 물음에 진심으로 고민한 두 전설의 마지막 결정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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