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어제 국민소송인단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철새 도래지인 이곳의 조류 충돌 위험성과 갯벌 훼손 등 환경 파괴 요인을 인정해 개발계획을 무효로 한 것이다.
정치적 필요와 지역 요구에 밀려 무분별하게 추진돼 온 지방 공항 건설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만금신공항은 새만금 지역 340만㎡ 부지에 활주로와 여객·화물터미널, 주차장, 항행안전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사업이다. 2028년 완공, 2029년에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이번 판결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새만금신공항은 애초부터 문제적 사업이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2023년 세계 잼버리 대회를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면서 본격 추진됐으나 대회가 끝난 뒤에도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감사원은 예타 면제가 졸속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류 충돌 위험이다. 공항이 들어설 수라갯벌에는 매년 철새 24만여 마리가 머문다.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공항이 들어서면 새와 비행기 충돌이 연간 최소 9.5회, 최대 45.9회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됐다. 지난해 조류 충돌 사고로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0.07회)보다 최대 656배나 높은 수치다.
경제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인근에 군산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이 있어 수요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2018년에 실시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산출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은 0.479에 그쳤다. 사업비로 1000억원을 투입하면 돌아오는 편익이 479억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환경 문제나 사업성을 무시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앞세워 추진됐던 공항 건설은 이곳뿐이 아니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건설했지만 이용객 부족과 적자 누적으로 유령 공항처럼 전락한 사례가 속출했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공항 건설이 능사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새만금신공항의 추진 여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는 가덕도신공항 등 다른 대형 사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