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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 경기장 지으면 중국이 WC 간다고? 선수들이 먼저 쓰러진다”

OSEN

2025.09.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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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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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볼리비아의 ‘고산 효과’가를 보고 따라하자는 중국 내 일부의 황당한 주장이 화제다.

지난 10일(한국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남미 예선 마지막 라운드에서 볼리비아는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경기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었다. 덕분에 마지막 순간 베네수엘라를 제치고 예선 7위에 올라 대륙 간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번 결과 역시 ‘지옥의 홈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는 해발 3650m에 위치해 있다. 산소가 부족해 원정팀 선수들은 경기 내내 호흡 곤란과 극심한 체력 저하를 호소한다. 단순히 힘든 수준을 넘어 공의 궤적마저 평소와 다르게 휘어지며 선수들을 괴롭힌다. 실제로 볼리비아가 이번 예선에서 따낸 승점 20점 중 17점이 홈에서 나온 수치다.

원정 성적은 1승 8패에 불과했지만, ‘고산 요새’만큼은 남미 강호들도 두려워한다. 볼리비아는 더 나아가 라파스보다 더 높은 엘 알토로 경기장을 옮기기도 했다. 해발 4000m가 넘는 이곳은 일반 관중조차 호흡 곤란을 겪을 정도다. 메시, 네이마르, 디 마리아 등 슈퍼스타들도 이곳에서 경기하다 극심한 두통과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볼리비아의 사례는 ‘고산 효과’가 분명 축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 내에서는 2030년 월드컵을 정조준해서 고산 지대인 티베트에 경기장을 건설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모방하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은 이번 아시아 예선에서 고전하며 본선행이 좌절됐다. 이 와중에 볼리비아의 사례가 화제가 되자 축구 팬들과 일부에서는 ‘티베트 고지대 홈구장론’을 진지하게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마저도 혀를 내둘렀다.

우선 볼리비아는 평균 해발 3,000m 이상 되는 고원 국가로, 선수들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고산 환경에 익숙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적응된 신체 조건이 곧 ‘무기’가 된다. 반면 중국의 대부분 선수들은 저지대에서 성장했다. 갑작스럽게 고지대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중국 선수들 역시 원정팀과 다를 바 없는 불리함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축구 팬들은 “망상도 정도가 있다”, “우리 선수들이 먼저 쓰러질 것”, “월드컵 못 나가는 걸 지형 탓으로 돌리냐” 등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일부는 “이제는 축구 실력보다 지리학을 먼저 공부해야 하나”라며 비꼬기도 했다.

중국 매체 ‘소후’도 “볼리비아의 홈구장은 분명 독특한 장점이 있지만, 이는 역사와 생활 환경이 만든 결과다. 이를 단순히 베끼려는 시도는 현실성 없는 발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티베트 홈구장론’은 대표팀 부진 속에 나온 해프닝이자 자조 섞인 농담에 가까웠다.

중국 대표팀은 매번 월드컵 본선행을 두고 ‘묘책’을 찾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피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 대비 발전 없는 유소년 시스템, 부실한 리그 운영, 정치와 얽힌 협회 문제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고산 구장 논란은 단지 현실을 회피하는 또 다른 사례일 뿐이다.

볼리비아는 홈 이점을 극대화해 ‘기적’을 만들었지만, 중국이 이를 그대로 따라 한다고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니, 의문을 넘어 불가능에 가깝다. 자국 팬들이 “경악스럽다”고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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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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