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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에서 만나는 특별한 커피 경험, 맥심가옥 [쿠킹]

중앙일보

2025.09.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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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千年古都) 경주, 그중에서도 오릉 등 주요 유적지가 자리한 탑동의 한 한옥. 기와 위로 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고, 푸른 정원 곳곳엔 노란 시음컵을 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오가며 웃음꽃을 피운다. 왕실 행차를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불현듯 나타난 보부상과 제기차기 한판을 벌이는 풍경도 펼쳐진다. 지난 28일 찾은 체험 공간 ‘맥심가옥’의 모습이다.

지난 28일 경주에 문을 연 맥심의 팝업스토어 '맥심가옥'의 전경. 사진 동서식품

‘경주와 커피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환대문을 지나자 ‘어서오소(所)’ 안내소가 보였다. 이곳에서 리플렛과 스탬프 투어 엽서, 노란 시음컵을 받아들고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했다. ‘커피’를 주제로 한 팝업 스토어인 만큼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시음컵이었다. 시음컵을 들고 ‘맛있당(堂)’에 도착하니, 맥심 커피믹스·인스턴트·원두 등을 활용한 여러 커피 음료가 준비돼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가옥 스페셜’ 3종이다. 경주 오릉에서 영감을 얻은 ‘맥심오릉’, 셔벗 위에 세 가지 색을 올린 ‘색동저고리’, 단호박의 고소함을 더한 ‘호박달당’으로, 방문객이 많은 날엔 오픈 1~2시간 만에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맥심가옥엔 한정판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니게임과 이벤트 등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 동서식품

통창 너머 한옥 정원을 배경으로 커피 한잔을 즐겼다면, 이번에는 오감으로 커피를 느낄 차례다. 원두를 맷돌에 직접 갈아보는 ‘맷돌 그라인딩’, 화롯불 위에서 커피를 달이는 ‘화롯불 브루잉’, 블라인드로 커피믹스를 맛본 뒤 이름을 맞히는 ‘가배 기미상궁’까지. 맛있당 내 다양한 체험 코너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가배 기미상궁’ 코너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생 마신 커피믹스 개수를 뽐내며 승부욕을 불태우는 참가자들로 북적인다. 구경만 해도 웃음이 난다.

정원 너머에 자리한 ‘행복하당(堂)’에서는 자개 스티커로 꾸미는 머그컵 키링, 민화 부채 채색, 붓글씨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DIY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쪽에서는 생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들이 노란 갓을 둘러매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즈를 따라 하며 셀프 스냅을 남기고 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부채에 곱게 색을 칠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추억을 남기려는 이들의 얼굴에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방문객 손정남(40) 씨는 “SNS에서 보고 대구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매일 마시는 커피를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접하니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곧 아이 하원 시간인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심가옥에서 대여 가능한 생활 한복을 입고 추억을 남기는 방문객들. 사진 쿠킹

한옥에 들어설 무렵 품었던 ‘동서식품은 왜 경주, 그것도 한옥에 이런 팝업을 열었을까’라는 궁금증은 체험 공간 곳곳을 둘러보며 조금씩 풀려갔다. 한국 커피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고종 황제다.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며 처음 커피를 맛본 뒤 그 매력에 빠져, 경운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즐겨 마셨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커피는 다방 문화를 통해 대중 속으로 퍼졌고, 1976년에는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선보이며 소비 패턴을 바꿨다. 2025년, 동서식품은 이런 ‘가배(커피)’의 역사와 정서를 한옥 곳곳에 풀어내며 전통 건축과 현대 커피 문화를 잇는 공간으로 ‘맥심가옥’을 완성했다. 그제야 경주와 커피의 연결고리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이어진 듯했다.

‘환대’를 주제로 한 이번 팝업에는 9월 10일까지 약 2만3000명이 방문하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평일 평균 2000명, 주말 4000명가량이 찾으며 평일에도 1시간은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만큼 인기다. 맥심가옥은 9월 26일까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된다.

경주=안혜진 쿠킹 에디터 [email protected]


안혜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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