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내 서방 자산 공격하고 나토 회원국도 겨냥
"도발수위 서서히 높여 대응 무디게 만들어"
'종전협상 포석' 분석도…"협상카드 위한 의도적 긴장고조"
떠보기 공격 뒤 반응보며 오리발…"점차 레드라인 넘는 러시아"
러, 우크라 내 서방 자산 공격하고 나토 회원국도 겨냥
"도발수위 서서히 높여 대응 무디게 만들어"
'종전협상 포석' 분석도…"협상카드 위한 의도적 긴장고조"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거짓말과 부인은 소련식 기본 대응방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론의 영공 침입을 받은 폴란드의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부총리 겸 외무장관의 말이다.
그는 러시아 드론의 침입이 단순한 '경로 이탈'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폴란드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러시아의 대(對)서방 전략-서서히 도발수위를 높이며 대응하는지 지켜보기' 제하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대(對)서방 위협 패턴을 분석했다.
특히 NYT는 최근 약 3주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서방 자산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겨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달 21일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미국 기업 소유의 공장을 공습한 데 이어 지난 달 28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해 유럽연합(EU) 대표부 건물과 영국문화원에 피해를 줬다.
지난 10일에는 러시아 드론들이 나토 소속인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고, 이에 폴란드 공군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이 황급히 대응 작전을 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 사례들이 전형적인 러시아의 수법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공격 수위를 교묘하게 조율해 대응을 애매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의도를 부인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달 21일 러시아가 공격한 미국 기업의 공장은 커피 추출기를 만드는 민간 성격의 시설이었고, 28일 키이우 공습 당시 러시아군은 인근 건물을 타격해 EU 대표부와 영국문화원에는 파편 등에 따른 간접피해만 입혔다.
이번 영공 침범 이후에도 러시아는 폴란드 측 주장을 "근거 없는 믿음"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폴란드 내 표적을 파괴할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NYT는 "러시아가 오랜기간 '기만과 부인' 전략을 사용해왔다"고 꼬집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러시아는 초기엔 표식 없는 군복 차림을 한 병사들을 배치하는 '속임수'를 썼다고 NYT는 지적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당시에도 러시아는 인도적 목적으로 자국 수송기를 파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최근 전황과 관련, 러시아가 떠보기식 공격으로 반응을 살피고 공세 수위를 서서히 높여 대응을 무디게 만들고 책임을 부인할 어느 정도의 여지를 유지하면서 서방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점차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은 "자신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푸틴의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은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며 강력한 대러시아 대응을 촉구했다.
카타리나 마테르노바 주우크라이나 EU 대사도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전쟁 지속에 대한 아무런 후과에도 직면하지 않았다며 지난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알레스카 정상회담 이후에조차 러시아는 군사 공격만 강화해왔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자국에 유리한 종전 협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시아가 향후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보장하겠다며 '양보'하는 모양새의 협상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일종의 '완화를 염두에 둔 긴장고조' 전략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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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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