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공포'에 모바일인터넷 잦은 먹통…러시아 일상 차질
차단 건수 급증…물건 못사고 버스카드도 안돼 '현금' 재등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 곳곳에서 무선 인터넷이 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모바일 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드론 공격을 감행하자 러시아 당국이 아예 인터넷망을 끊는 방식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
차단은 짧으면 몇 시간 내에 끝나기도 하지만, 수개월씩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러시아인들은 아날로그 시절로 돌아가 버스 시간표를 외우거나 현금을 챙겨 다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용자 불만 신고와 전문 데이터 등을 종합 분석해 러시아 내 인터넷 차단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젝트 '나 스뱌지'에 따르면 7, 8월 모바일 인터넷 차단 횟수는 러시아 전역에서 2천회 이상으로 집계됐다. 그 직전 달인 6월의 3배 수준이다.
러시아 디지털권리단체 '인터넷보호협회'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에서 1시간만 인터넷이 차단돼도 464억 루블(약 7천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모스크바에서만도 인터넷 차단 1시간에 96억 루블(1천6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 단체는 추산한다.
이제는 공기처럼 당연해진 인터넷망이 갑자기 차단되면 예상치 못했던 곳부터 불편함이 드러난다.
인터넷에 연결돼야 작동하는 상점의 판매정보시스템(POS)부터 먹통이 돼 현금이 없으면 물건도 제대로 사기 어렵다. 실제 현금 사용이 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자국 시중 현금이 작년보다 22억 루블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버스에 승차해도 버스 카드가 제대로 찍히지 않고, 배달 라이더들은 배달 주소도 제대로 찾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 국영TV가 인터뷰한 한 시민은 인터넷이 워낙 자주 끊기는 탓에 버스 도착 시간표를 외웠다고 했다. 이 시민은 "친구를 만나면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대화를 많이 한다"고 인터넷 차단의 장점을 부각했다.
인터넷을 끊는 목적이 군사시설 보호에 있는 만큼, 군사시설 근처에는 자주, 더 오래 인터넷이 차단된다.
러시아 방위산업의 중심도시인 니즈니노브고로드시는 2개월간 통째로 인터넷망이 차단됐었다고 FT는 전했다.
이 지역은 '스베르들로프 탄약공장', '코룬드 화학공장' 등이 있어 작년부터 이미 우크라이나 드론의 표적이 됐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더욱 심화했다고 한다.
글레프 니키틴 니즈니노브고로드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 "우리 지역에는 산업적, 전략적으로 적들이 관심을 가질 곳이 많다"며 "그런 이유로 이 지역에는 신호가 약한 곳이 많다. 주거지역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드론 방어에는 인터넷망 차단뿐 아니라 GPS 교란도 활용된다. GPS 신호 장애 역시 일반 시민의 생활에 영향을 준다.
한 모스크바 시민은 "크렘린궁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에서 '처음으로 185㎞ 주파에 성공했다'는 축하 메시지가 떴다"며 "그것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심페로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가로질렀다는 내용이었다"고 페이스북에 GPS 교란 사례를 올렸다.
러시아 최대의 차량공유서비스 '델리모빌'은 모바일 인터넷 차단에 GPS 신호 장애까지 겹쳐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취재진에게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손해 본 것으로 추산한다. 우리한테는 정말 크다"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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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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