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오슬로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럽예선 I조 경기에서 몰도바를 11-1로 대파했다. 이날 엘링 홀란은 무려 5골을 폭발시키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세계 축구사에 새겼다.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원사이드였다. 전반 11분 선제골을 뽑아낸 홀란은 전반 36분과 43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후반에도 멈추지 않았다. 후반 7분과 38분 잇따라 골망을 흔들며 개인 통산 세 번째 한 경기 5골을 완성했다. 그는 루턴 타운, RB 라이프치히전에 이어 몰도바전에서도 ‘한 경기 다섯 골’이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세웠다.
노르웨이의 공격은 홀란에 그치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텔로 아스가드가 무려 4골을 몰아쳤고, 펠릭스 호른 마이레와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도 득점에 가세했다. 몰도바는 후반 29분 한 골을 만회했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난 뒤였다.
홀란은 경기 직후 “이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경기였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우리는 앞으로 세 경기를 남겼고, 최소 두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다음에 어떻게 될지 보자”며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5골로 홀란은 A매치 통산 45경기에서 48골을 기록하게 됐다. 월드컵 예선만 따져도 그는 이미 역대급 득점 기록을 쓰고 있으며, 1998년 이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노르웨이를 27년 만에 본선으로 이끌 태세다.
노르웨이는 이번 예선에서 5전 전승(승점 15점)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이탈리아를 승점 6점 차로 따돌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노르웨이는 오는 10월 11일 이스라엘과 홈경기에서 연승 행진을 노린다.
홀란은 곧바로 소속팀 맨시티로 복귀해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맨체스터 더비에 나선다. 리그 초반 토트넘, 브라이튼에 연이어 패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은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홀란의 ‘골 폭풍’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11골을 실점한 몰도바 골키퍼 크리스티안 아브람은 경기 후 “홀란이 나에게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다. 골득실 때문에 우리는 계속 골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아브람은 “11골을 먹혔지만, 그는 아주 예의 바르게 다가왔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경기 내내 싸우고 싶어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몰도바 대표팀의 세르게이 클레셴코 감독은 충격적인 대패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몰도바축구연맹(FMF)은 클레셴코 감독과 논의 끝에 그의 사퇴를 수용했고, 차기 감독 결정은 코치위원회와 집행위원회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클레셴코 감독은 팬들과 축구계에 전한 메시지에서 “약 4년 동안 많은 순간을 함께했다. 유로 2024 본선 진출에 근접했고, 네이션스리그 승격도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믿는다”며 “팬들과 선수단,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우리나라의 색깔을 위해 싸웠다. 앞으로 대표팀의 큰 성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여러모로 홀란을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전 대패가 감독 경질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과연 최전성기 바이킹 전사의 희생양이 몰도바에 이어 더 팀이 추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