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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랜 다 정신과 보냈다" 허경환 '키 수술' 상담 의사의 경고

중앙일보

2025.09.12 13:00 2025.09.1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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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내 마지막 기회야. 나 결혼 못 한 거 168㎝ 때문일 수도 있어. "
최근 방송인 허경환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키 크는 수술’ 상담을 받았습니다. 허씨는 “수술로 키가 177㎝까지 클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반색했는데요. 하지만 멀쩡한 뼈를 부러뜨려야 하는 수술 방식과 최소 4000만원이라는 비용을 듣고 망설였습니다.
지난달 10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허경환씨가 사지연장술 상담을 받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동훈 박사(오른쪽)는 허씨에게 ″사지연장술은 쌍꺼풀 수술처럼 가볍게 할 미용 수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진 SBS 유튜브 캡처

얼마 전 개봉한 로맨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셀린 송 감독)에도 이 수술이 등장합니다. ‘물질주의자’라는 제목에 걸맞게, 사랑과 결혼이 비즈니스가 된 현시대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요. 외모·집안·재력 등 조건을 따지고,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성형 수술이나 키 크는 수술을 받는 인물들이 등장하죠.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에선 결혼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성형 수술과 키 크는 수술을 받는 인물들이 나온다. 사진 소니픽처스
키 크는 수술로 알려진 사지연장술, 병을 고치는 게 아닌 미용 목적으로 도입된 지 약 30년이 흘렀는데요.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후유증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들도 꺼리는 수술입니다. 전문가가 적다 보니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위험한 수술이다’ ‘부작용이 생기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는 등 여러 속설이 퍼져 있는데요.

‘뉴스 페어링’은 허경환씨에게 수술 상담을 해줬던 이동훈 의학박사(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를 직접 만나 사지연장술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 박사는 지난 15년 동안 사지연장술을 3000건 넘게 집도했는데요.

이 박사는 신촌세브란스병원과 분당차병원에서 골연장·변형교정 환자들을 돌본 ‘뼈 치료’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연골무형성증(팔다리 길이가 매우 짧고, 뼈 형성에 이상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 터너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저신장과 팔다리 변형 등이 일어나는 질환) 등 난치성 질환도 꾸준하게 진료하고 있는데요.

이 박사는 “사지연장술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인생을 바꾸는 수술이다”며 “가벼운 미용 수술로 보고 접근하면 절대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수술 이후 환자의 재활에 따라 평생 가는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웬만큼 각오가 되지 않았다면 섣불리 수술받아선 안 된다는 건데요.

최근 이 수술이 관심을 받는 건, 그만큼 외모에 대한 강박감이 심한 사회라는 뜻일 텐데요. 이 박사는 수술을 받는 사람의 90%가 남성이라고 말합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이 수술을 받고 있을까요? 처음 이 수술이 시작된 배경은 무엇인지, 수술 방식은 어떻게 되고, 합병증과 후유증은 무엇인지도 물었습니다.
이동훈 박사는 "상담 때 '당신 자녀라면 수술시키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솔직히 안 시키겠다'고 대답할 정도로 사지연장술은 가볍게 받을 수 있는 미용 수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임현동 기자
🎤진행 : 박건 기자
🎤답변 : 이동훈 정형외과 전문의


Q : 키 크는 수술의 원리가 궁금하다.
보통 우리 몸의 어떤 조직이 손상되면 그게 낫더라도 원래 상태로 100%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데 뼈는 원상 복귀가 되는 몇 안 되는 조직 중 하나다. 뼈가 부러진 뒤에 다시 난 뼈는 원래 뼈와 똑같은 조직을 갖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해서 키 크는 수술이 개발됐다.

인위적으로 뼈를 부러뜨린 뒤에 뼈 사이에 기계 장치를 넣어서 뼈 사이를 조금씩 벌린다. 그럼 뼈와 뼈 사이에 뼈 진액이 나오면서 새 뼈가 연두부처럼 자란다. 그러다 환자가 원하는 만큼 길이가 늘어나면 연장을 멈추고 새로 나온 뼈가 단단하게 붙을 때까지 유지하는 과정이다.


Q : 기계 장치는 얼마나 차고 있어야 하나.
평균적으로는 2년을 차게 된다. 새로 나온 뼈가 환자의 원래 뼈와 똑같은 강도와 구조를 갖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장치를 차고 있어야 한다. 다만 사람에 따라 뼈가 조직을 갖추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서 더 빨리 혹은 더 늦게 뺄 수도 있다.


Q : 사지연장술이 처음엔 어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였나.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골절이나 외상을 치료할 때 웬만한 신체 부위는 절단하는 거로 치료가 이뤄졌다. 그렇게 절단하고 나면 잘린 뼈가 짧게 붙거나 휘어져서 붙는 등 문제가 많았다. 그러다 가브릴 일리자로프 의사가 앞서 말했던 원리를 발견하면서 정형외과 수술에 혁신이 일어났다. 뼈의 변형 없이 연골무형성증, 왜소증, 사지 기형 등 정형외과의 여러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가브릴 일리자로프(1921~1992): 소련(러시아)의 정형외과 의사. 자신의 이름을 딴 ‘일리자로프 장치’를 활용해 뼈를 연장하는 수술을 처음 고안했다.


Q : 미용 목적으로 수술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미용 목적 수술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미용 목적의 사지연장술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중국에선 실력 없는 의사들이 수술로 합병증을 너무 많이 일으키니까 법으로 금지했다. 실제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긴 하지만, 절대 하면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수술은 아니다.


(계속)
하지만 이 박사는 솔직히 “내 자녀라면 뜯어말리겠다”고 대답합니다.
“뼈만 늘어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무릎 관절이나 발목 관절이 구부러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중간이 없다는 이 수술의 치명적인 부작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수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왜 50대 이상의 수술은 권하지 않는지 사지연장술의 현실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처음엔 상담 환자들을 정신과 먼저 보내기도 했다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그래도 꼭 수술 해야겠다면 이런 곳으로 가라.”
좋은 병원을 찾는 꿀팁도 알려줬습니다.

키 크는 수술을 고민 중이라면 꼭 알아야할 정보,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원랜 다 정신과 보냈다" 허경환 '키 수술' 상담 의사의 경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3037


박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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