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 후보? 내가 살면서 그럴 일은 없을 것."
알렉스 퍼거슨 경의 자신만만했던 발언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16년이 흐른 지금 퍼거슨 경이 세계 최고 팀으로 만들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시티의 운명은 정반대가 됐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13일(한국시간) "퍼거슨 경의 맨체스터 더비 예측은 'BBC' 해설가 가이 모브레이에 의해 찢어발겨졌다. 맨시티와 맨유는 다가오는 일요일 맞붙는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15일 오전 0시 30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시티와 맞붙는다. 올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다.
흐름이 좋지 않은 두 팀의 만남이다. 맨유는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맨시티는 더 최악에 가깝다. 토트넘에 이어 브라이튼에도 덜미를 잡히며 1승 2패로 13위까지 처져 있다.
[사진]OSEN DB.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번에도 맨시티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상황. 퍼거슨 경이 맨유를 지휘하던 시절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스포츠 바이블은 "퍼거슨 경의 역사적인 맨체스터 더비 예측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있다. 맨유는 퍼거슨 경이 재임하던 1986년부터 2013년까지 1부리그에서 13번이나 우승했지만, 그가 은퇴한 뒤로는 12년간 맨체스터 더비에서 유력한 승리 후보였던 적이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이는 맨시티의 막대한 투자와 잉글랜드 리그에서 보여준 압도적 우위, 그리고 맨유의 급격한 쇠퇴가 주요 원인이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자본인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맨유와는 위상을 비교할 수 없는 팀이었다. 1992년까지 프리미어리그 5위 위로 올라간 적이 없었고, 1998년엔 역사상 최초로 3부까지 강등되기도 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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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맨시티는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세계적인 강팀으로 거듭났다. 지난해엔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4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뤘고, 2022-2023시즌엔 맨유에 이어 두 번째로 '트레블'을 달성한 잉글랜드 팀이 됐다. 반면 맨유는 수많은 감독 잔혹사를 거치며 퍼거슨 경이 떠난 뒤로 12년간 단 한 번도 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스포츠 바이블은 2009년 퍼거슨 경의 발언을 다시 떠올렸다. 당시 그는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 맨시티가 유력한 승리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질문받았다. 그러자 퍼거슨 경은 "몇 시인가?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내 인생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하지만 13년 후 맨유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에 3-6으로 참패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첫 더비 경기는 악몽으로 끝났다. 퍼거슨 경은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고, 경기를 해설하던 모브레이는 "퍼거슨 경은 내 평생에 맨시티가 더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매번 그렇다"라며 퍼거슨 경을 두 번 울렸다.
맨시티는 이번에도 안방에서 맨유를 꺾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다만 시즌 출발이 좋지 않은 만큼 맨유로서도 희망이 있다. 스포츠 바이블은 "모브레이는 과거 퍼거슨 경을 향해 축구 역사상 가장 가혹한 해설을 했다. 그리고 2025년 맨시티는 다시 승리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개막 후 3경기 중 2경기에서 패했기에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