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의 서막을 여는 한국배구연맹(KOVO) 컵대회가 개막전을 치르고도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가 다시 '조건부 개최'로 정정하는 혼란을 빚었다.
KOVO는 14일 새벽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경기를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국제배구연맹(FIVB)과 남자부 컵대회 개최 승인을 놓고 지속해서 소통해왔지만, 최종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소 발표 9시간 만에 "FIVB로부터 컵대회 남자부 경기를 조건부 승인 받았다"며 "외국 클럽 초청팀(태국 나콘라차시마)을 대회에서 제외하고 국내 구단 7개 팀만으로 일정을 조율해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정정 발표했다.
FIVB가 내건 조건은 ▶KOVO컵은 정규리그와 관련해 그 어떠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KOVO컵을 위해 국제 이적 동의서(ITC)는 발급되지 않는다 ▶외국 클럽팀이나 외국인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2025 FIVB 남자부 배구 세계선수권대회에 등록된 선수들은 KOVO컵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등이다.
컵대회는 V리그 개막을 앞두고 각 팀이 최종 점검을 벌일 기회다. KOVO는 지난 13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남자부 개막전을 이미 성대하게 치렀다. 그런데 이 게임이 끝난 뒤 두 번째 경기였던 KB손해보험-삼성화재전을 돌연 취소해 파행을 예고했다.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3주 이상의 휴식기를 가지고서 각국 리그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남자 세계선수권은 필리핀에서 지난 12일 개막했고 28일 끝난다. KOVO는 FIVB가 컵대회를 2025~26시즌 공식 리그 경기가 아닌 '이벤트 경기'로 간주할 거라 여기고 개최를 강행했다. FIVB가 세계선수권 기간에 ITC를 발급하지 않자 대회를 국내 선수로만 치르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반면 FIVB는 KOVO 컵대회를 리그 공식 경기로 분류하고 개최 허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KOVO는 부랴부랴 개막일 제2경기를 14일 오전 11시로 미루고 판단을 기다렸지만, FIVB는 끝내 컵대회 개최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KOVO는 이미 시작한 컵대회 남자부 경기를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FIVB와의 시각 차이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구단 관계자와 선수단, 여수시 관계자, 여러 스폰서, 여수 시민을 비롯한 배구 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FIVB와 긴밀하게 소통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FIVB는 고심 끝에 '조건부 개최'를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KOVO는 이 조건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대회 일정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 "남자부 잔여 경기는 모두 무료 관람(현장 선착순)으로 진행하겠다. 기존 예매자의 티켓은 전액 환불 처리하되, 예매된 좌석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된 번복으로 팬과 관계자분들께 혼란을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대회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