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지난 9월 A매치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연달아 상대했다. 먼저 7일 미국 오클랜드에서 일본과 붙어 0-0 무승부에 그쳤다. 승부는 팽팽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심심했다. 두 팀을 합쳐 유효 슈팅이 고작 3개. 공격 전개는 굼떴고, 박스 안에서 날카로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본전이 끝나고 직후 아기레 감독 역시 “우리가 더 나은 팀은 아니었다. 일본이 속도와 강도에서 앞섰다. 무승부는 공정한 결과”라며 경기 후 더 과감한 공격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약속했다.
실제로 한국전 시작 직후 멕시코는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라울 히메네스가 선제골을 뽑아냈고, 후반 막판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동점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도 만만치 않았다. 주전을 투입하자 손흥민이 후반 동점포를 터뜨리더니, 오현규까지 역전골을 추가하며 흐름을 뒤집었다. 멕시코가 종료 직전 따라붙지 못했다면 한국에 덜미를 잡힐 뻔했다.
결과는 2-2 무승부. 내용 면에서도 일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스리백 전술과 빠른 전환 플레이에 멕시코가 흔들리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아기레 감독은 한국전 직후 “우리는 이길 수 없었다. 상대보다 우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했다는 의미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흥미로웠던 건 한국과 일본을 직접 비교한 대목이다. 멕시코 매체 ‘N+’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은 “한국은 전술적으로나 체격적으로나 일본과 비슷하다. 하지만 더 공격적이고, 일대일 대결에 익숙하다. 규칙의 한계까지 겨루는 데 주저하지 않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기레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된 평가다. 아기레 감독은 2014년부터 약 8개월간 일본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가 느낀 일본은 조직력은 뛰어나지만 몸싸움이나 거친 압박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이번 한국과의 맞대결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투쟁심이 강하게 느껴졌다는 의미다.
일본 매체의 반응도 흥미롭다. ‘도쿄 스포츠’는 “한국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보다 거친 이미지를 준다. 멕시코전 후 구보 다케후사가 ‘더티 플레이가 있었다. 주심이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라면서 “극한의 싸움에서 클린 플레이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로는 규칙의 한계까지 겨루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아기레 감독의 말은 단순한 칭찬도, 단순한 비판도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장점을 갖췄지만, 차별점은 분명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여전히 조직적이고 깔끔한 축구에 강점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피지컬과 투쟁심, 그리고 과감한 공격성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