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22년, 복잡한 머릿속도 비우고 건강관리도 시작할 겸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둘레길을 남편과 함께 걸었다. 꼬박 3개월에 걸쳐 전체 8개 코스 157㎞를 완주했고 내친 김에 한양도성길 18.6㎞를 또 걸었다.
" 퇴직 후에 뭘 할지 마땅한 계획도 없었어요. 그저 남편과 운동 삼아 걷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서울의 재발견’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서울이 이렇게 아름답고 역사적인 도시구나’라는 새삼스러운 감동을 하게 됐어요. "
한양도성길마저 다 돌고 나자 서울·경기 지역의 조선왕릉길, 그리고 고궁 탐방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기억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 간단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남기기 시작했다.
이제 퇴직 4년차, 길을 걷다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우리 부부는 이제 역사 유적지를 찾아 답사 다니고 있다. 남편과 수백 ㎞를 걸으며 추억을 기록했던 유튜브 채널은 이제 우리 부부가 함께 답사한 유적지와 관련된 정보를 담은 역사 콘텐트로 채워졌다. 60대 부부의 역사 여행에 관심을 보인 구독자가 어느새 8만 명에 육박하며 견실한 채널로 성장 중이다.
38년 직장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한 내가 ‘역사 유튜버 주미영(63)’으로 변신하리라곤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나와 남편 모두 역사 전공자도 아니고, 유튜브같은 뉴미디어를 다뤄본 일도 없었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기기묘묘한 쇼맨십이 난무하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우리 부부의 심심한 역사 콘텐트가 구독자를 끌어모은 건 내가 봐도 신기한 일이다.
" 이 채널은 아직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 "
우리 채널에 가장 자주 올라오는 댓글이다. 평양냉면처럼 슴슴하지만 중독성이 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은퇴 후에 취미 삼아 만든 잔잔한 유튜브 채널에 구독자가 늘어나는 까닭, 퇴직 후 나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함께 운영하면서 하나뿐인 동료이자 찐친이 된 남편과의 하루, 이 유튜브 덕분에 생긴 예상외 소득까지 다 공개하겠다.
「
“조기퇴직은 선택지에 없었다” 워킹맘의 현실
」
" 왜 힘들게 정년까지 다니셨어요? "
그런데 나는 직장 다니면서 조기퇴직을 생각해본 일이 없다. 아마 내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워킹맘이라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직장 다닐 때 늘 입에 달고 다닌 말이 “왜 이렇게 바쁠까”였다. 회사 일에도 완벽을 기해야 했고, 두 딸의 대학 진학 전까진 늘상 학원 알아보고 라이딩하는 데도 전력을 쏟았다. 나뿐 아니라, 모든 워킹맘들은 하루하루를 전쟁 치르듯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을 거다.